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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유교철학/주역 > 유교철학 일반
· ISBN : 9788991555969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5-03-20
책 소개
목차
0-0 앞말 [김인환]
0-1 운행 기록 차례
Z 부록 김인환 지성사론, 완강히 달램 [수류산방(+심세중)]
Z 부록 김인환 저작 발췌
0-2 서문 [김인환]
0-3 탑승 인물
A 15세기
A-1 정초 단계
A-2 형식주의
B 16세기
B-1 형성 단계
B-2 이상주의
C 17세기
C-1 동요 단계
C-2 규범주의
D 18세기
D-1 안정 단계
D-2 현실주의
E 19세기
E-1 하강 단계
E-2 제도주의
F 왕조 말기
F-1 이행 단계
F-2 경험주의
0-4 참고 문헌
0-5 뒷말 [김인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편집부의 글 [완강히 달램]에서
사실 김인환 선생님은 이야기꾼입니다. 술자리에 앉으면 살았을 적 ‘미당’과 ‘지훈’의 기억, 옛날 개성의 풍속, 고려 시대의 한문 수필, 발터 벤야민과 정신 분석학이 한 상 위에 쉼 없이 펼쳐집니다. | 지나간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때의 눈높이로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지금 시대의 수많은 이야기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됩니다. 김인환 선생님은 이 책에서 조선 유학을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지방주의를 탓하기만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518년 조선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생각하고 공부할 때 무엇을 중시했는지 갈피를 잡아, 각각 형식, 이상, 규범, 현실, 제도, 경험이라는 낱말을 달아 주었습니다. | 김인환 선생님이 한국 문학사와 근대를 만든 정치 경제의 틀을 다시 보는 것은 ‘다른 미래를 위하여’서일 것입니다. 우리가 이 밤 불을 지피고 지친 오늘의 일들과 씁쓸한 옛이야기들도 다시 씹어 보는 것은 다독여 화해하고 사이좋게 떠날 내일을 위해서입니다. 민주주의의 민(民)은 인(人)이 아닌 자들입니다. 지배하는 사람[人]에게 한 눈이 찔려서 먼 사람을 말한답니다. 2024년 말까지도, 우리는 제목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들이닥치고 그 앞에서 어린-이름 없는-권력 없는-여성-소수자 민(民)들이 야광봉 빛을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계엄의 뿌리도 조선에 있고, 야광봉의 뿌리도 조선에 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읽은 교정지에서 이제야 발견하다니요. | 우리는 사랑으로 다른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줄 여유를 가지고 빛처럼 이야기를 발산하면서 다 함께 보람을 향해 갑니다. 그것을 김인환 선생님은 ‘완강하게 달래는 투사’라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오늘 밤 불 앞에서 다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러고도 함께 떠날 수 있다면, 나의 모자라고 절뚝대는 이야기에 상대가 윽박지르지 않고 귀 기울여 줄 것이라는 용기가 있다면, 대 안드로메다의 은하철도 종착역이 바로 거기일 것입니다.
[CJS 518호의 운행 궤적 분석 : 본문 발췌]
문학이건 사상이건 과거는 과거 속에서 보아야 한다는 나의 내재 분석론(內在分析論)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정리해 본 결과가 이 『다 말하게 하라(유교 조선 지성사론)』이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보기 때문에 과거의 시각으로 과거를 보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늦게 태어난 자의 횡포를 피하지 못한다. 근대의 시각에서 전근대를 보는 사람에게는 근대가 어째서 역사 해석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라는 반성이 없다. 인간은 백만 년 후에도 기존의 지식을 넘어 미지의 진리를 탐구하고 있을 것이며 자기 세상과 다른 세상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근대는 역사를 보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
각 붕당은 서로 공당(公黨)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붕당 사이에 포용과 견제, 대립과 균형의 원리가 작용하는 면도 있었다. 그러나 자기 당과 다른 당의 대립을 군자당과 소인당의 대립으로 구별하기 시작하면서 붕당의 대립이 아군과 적군의 대립으로 전개되었다. 원래 유학에서 군자(君子)(ch?ntzu, junzi)는 진리 탐구자(a seeker of the way)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였으나, 이들은 군자당을 다른 당파와 구별해서 자기 당파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 사용했다. 16세기에 리와 기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리와 기가 나눌 수 없이 얽혀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하면서도 당파에 따라 논쟁이 양극화되었고 끝내 유교조선의 양반들은 경기·충청 당파와 경상도 당파의 어느 한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철학적·도덕적 논쟁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토지와 노비와 관직을 차지하려는 이기적인 패거리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