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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시초

만화시초(萬化詩抄)

우한용 (지은이)
창조문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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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시초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만화시초(萬化詩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97558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4-10-15

책 소개

우한용 작가의 시는 소설, 수필적인 특성도 함께 녹아들어 장르를 뛰어넘어 자유로운 표현이 흘러넘친다. 그야말로 만화방창한 자연에 대한 경탄과 인간 탐구의 해학이 가득하다. 이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살아 있는 한 계속되는 끝없는 노래가 우한용의 시이다.

목차

머리말

제1부_ 초목草木의 노래

1. 연실蓮實
2. 나무와 맞서서
3. 식욕, 겁나는 식욕
4. 땅귀신
5. 매화梅花
6. 산수국山水菊
7. 대추나무
8. 모란도牧丹圖
9. 탱자나무
10. 등나무
11. 호두를 따면서
12. 남천南天
13. 수수
14. 대화무어對花撫語
15. 감자 심는 날
16. 꽃에 대한 불평
17. 난초蘭草
18. 호두를 깨면서
19. 매미
20. 개구리 나이

제2부_ 시간時間의 노래

1. 겨울 산
2. 설날
3. 손을 위한 축가
4. 서리는 어떻게 오는가
5. 봄비 내리는 밤에
6. 하지夏至
7. 봄은 유행가처럼
8. 봄은 오고, 가고
9. 눈 오는 아침에
10. 바람
11. 겨울밤
12. 하늘에 꽃배가 가득하여
13. 추분秋分
14. 유년의 아침
15. 보리누름
16. 그해 추석
17. 땅거미에 온 사람
18. 뿌리
19. 해가 바뀌고
20. 아침

제3부_ 노상路上의 노래

1. 무릎
2. 항복문서降伏文書
3. 아이에게
4. 손이 예쁜 간호사
5. 동해東海
6. 만해마을
7. 밤새 우는 사연
8. 낮술
9. 언덕에서
10. 십 년
11. 국민
12. 무너진 사랑탑아
13. 기적에 대하여
14. 철조망鐵條網
15. 별
16. 벌에 쏘인 날
17. 그 사내
18. 화상들
19. 여의도 의미론
20. 나는 나의 반쪽이다

제4부_ 해풍海風의 노래

1. 석향石香
2. 위대한 식욕에 대하여
3. 차부車部에서
4. 폭포
5. 숲
6. 금릉 김현철의 그림
7. 이왈종 미술관
8. 성읍마을
9. 먼 산
10. 칠극·1
11. 칠극·2
12. 칠극·3
13. 칠극·4
14. 칠극·5
15. 칠극·6
16. 칠극·7
17. 몸에 대하여
18. 혼종
19. 나무
20. 카우리 나무
21. 목장을 지나며
22. 태백산 산정 아래

평설 • 지성·감성·영성이 어우러진 시詩 한마당
- 김철교(시인, 평론가)

저자소개

우한용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현대소설학회 회장, 한국작가교수회 회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한국근대작가연구』(공저), 『문학교육론』(공저), 『한국현대장편소설연구』, 『한국현대소설구조연구』, 『채만식 소설 담론의 시학』, 『문학교육과 문화론』, 『창작교육론』, 『한국 근대문학교육사 연구』, 『소설장르의 역동학』 등을 간행했다. 장편소설 『생명의 노래 1, 2』, 『시칠리아의 도마뱀』, 『악어』, 『심복사』, 『소리 숲』, 『그래도, 바람』 등, 소설집 『초연기-파초의 사랑』, 『도도니의 참나무』, 『사랑의 고고학』, 『붉은 열매』, 『아무도,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한 나무』, 『시인의 강』, 『왕의 손님』 등, 시집 『청명시집』, 『낙타의 길』, 『검은 소』, 『내 마음의 식민지』, 『만화시초』, 『나는, 나에게 시를 가르친다』 등, 픽션 에세이 『떠돌며 사랑하며』를 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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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대화무어對花撫語」
- 꽃을 두고 말을 어루다


꽃은 색色이라서
또한 미혹迷惑이다.

어스름 전에
어찌어찌 말을 걸면
한 마디쯤은 답을 않겠나.

탁주 잔 전두리
뻐꾸기 울음
차곡차곡 자지러지는 한 짬을

땅거미 묻히기 전
한 마디만 그저 한 마디만
모란의 말을 듣고자

꽃 앞에 앉아
모란, 네 꽃잎이 왜 붉은지
나는 묻고, 꽃은 입을 다문다.

소쩍새 울음만
어둠만큼의 거리 저쪽에서
꽃잎을 어루는지 까뭇 어둠에 묻힌다.


「꽃에 대한 불평」

꽃은 말이야,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야.
산비탈 오래된 무덤가에도 피고
말야, 가난한 집 담 밑에도 피거든.

꽃의 뿌리는 말이야....
그 집 엉덩판 거판진 마누라 오줌도 고맙고
다른 거 다 죽고 물건만 팽팽한 영감 엉덩이 거시기도 마다하지 않잖아.

매화 말이지,
꽃에 온통 폭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눈에는 눈꽃처럼 소담한데
산전 한구석에 몇 그루 꽃은 잡목 숲에 향기를 숨기고 다소곳해야.

왜 이러냐고 묻는 거야?
소설 한곳만 쳐다보고 살아서 그런지
목이 좌우로 잘 안 돌아가니까, 앞만 보고 걸어서 그런 모양인 게지.

꽃값이란 말 있잖아,
그게, 이념과 계층에 따라 달라진다잖아, 꽃이 꽃 아닌 거야,
최희준 투로 하면, ‘꽃을 보는 날은 남 몰래 쓸쓸해진다’는 게야.


「뿌리」

한식 앞두고, 성묘하러 간 길이었다네.
동생들과 아들, 손주 함께 산길 올라가
잔디 사이에 제비꽃 연보라로 피어난 무덤
잡풀 뽑으며 잠시 잠시 들어 보는 부푼 손마디

사람이 죽으면 왜 땅에 묻느냐는 손주의 물음에
하늘나라에는 땅이 없어서 못 묻는다고 대답하려다
기억에 뿌리내리고 있는 니콜라 푸쌩의 한 구절
‘아카디아에도 죽음은 있다’지만, 아카디아는 지상

무덤 봉분 위로 나비 한 쌍 춤추듯 날아난다.

하늘나라 간 사람들은 다 어디에 묻히는가 또 물어
화사하게 피어난 진달래 꽃잎마다 나비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빛깔 고운 뿌리가 내린다는 대답

뿌리는 땅에만 내리는 게 아니란다, 사람은 말이다,
시간 위에다가 뿌리를 내린단다. 긴치 않은 설명을 더해서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뿌리이고, 아버지는 너의 뿌리이고,
너는 누구의 뿌리가 되려느냐, 나는 꽃이 될래요.

봉분 위에 춤추던 나비 한 쌍 하늘로 멀리 사라진다.

진달래 꽃잎 와르르 쏟아져 흙 속 뿌리로 돌아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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