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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281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2-10-10
책 소개
목차
1부 여자, 강바닥 같은
한밤중
사람 숲에서 길을 잃다
모래알에게
현공사
여자, 강바닥 같은
시간의 꽃
밤비
수많은 나
눈이니까 더러워진다
배고픈 코알라를 위한 변명
송림동 카바레의 추억
빈 항아리
낙타는 발밑을 보지 않았다
거북에 대한 명상
기다림
2부 무화과는 없다
심지에 쓴 시
개나리
무화과無花果는 없다
승리는 애초에 꿈꾸지 않았으니
넝쿨장미
미싱사의 노래
남아 있는 자
배부른 여자
노래를 잊은 새
삼투막
솔잎은 봄에도 지더라
생리
진눈깨비
허물로 남은 노래
3부 마음, 어찌할 수 없는
케미라이트 사랑법
배추 애벌레처럼
사랑은
사이
마음,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혹
전태일과 창가에서
청춘의 노래
목련꽃 옆에 눕다
문규현
변산 앞바다에서
수월水月
엎드리니 보인다
흔적
뿌리가 뿌리인 이유
앓이
4부 내 마음의 계단
채송화
월미도에서
어머니의 밥상
내 마음의 계단
은행꽃을 본 적은 없어도
겨울, 압구정
혀는 고전주의자
아스팔트의 이리
반거충이
게놈 복제 주문
고리
목욕탕 속의 명상
철교에 고깃덩어리처럼 걸린 아이가
5부 하나이며 전부인 나
하나이며 전부인
서울역 비둘기
살아야 쓴다
전지箭枝
대우우중大宇雨中
위가 간에게
나무
나무, 아미타불
연
시詩
나이테
봄꽃
아름다운 복수
한강은 흐른다
아우라지 길을 따라
초판본 해설
노동자와 시인, 그리고 김해자
-김정환 시인
복간본 해설
멸종과 희생 사이, 자연의 가족
-이미옥 stranger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릴 적 마당가 돌담에 단단히 서 있었지
크낙한 잎을 따면 하얀 수액 방울방울 흐르고
퍼렇다 못해 어두운 그늘 깊던,
산수유며 해당화 다 피고 지도록
벌나비도 찾지 않아 늘 외로워 보이던,
꽃 없는 과실이 어디 있으리
조금 늦게 피는지 몰라 수술 그득 채우느라
꽃잎이며 꽃받침 밀어 올릴 틈이 없는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도 몰라
꽉 찬 살이 터지며 꽃잎을 터트릴 때까지
과육의 껍질이 꽃을 숨기고 있었던 거라구
보아, 십자로 벌어진 네 잎의 꽃을
열린 꽃잎 사이로 반짝이는 수백의 꽃술을
그러니까 기다림이 꽃잎을 틔우는 거야
천천히 보아, 진한 자홍색의 향기를
이화과裡花果의 속살을
‐ 김해자, 「무화과는 없다」 부분
다음 생엔 꼭 내 속으로 들어와 열 달 배 속 품어 고이고이 길러 내 배 앓아 엄마를 낳아 줄게 배탈 나면 차조 메조 눈 많은 곡기 끓여 기저귀에 꾹 짜서 한 입 한 입 먹여 줄게 한참 자랄 땐 새벽시장 콩물 받아다 노란 주전자 가득 머리맡에 놓아 줄게 입맛 없을 적엔 산낙지 사다 식초 설탕 간장 넣어 연포탕도 해 주고 석화 넣어 훌훌 넘어가는 매생잇국도 끓여 줄게 한평생 서서 밥상 고이 차려 줄게 늘 앉아서 밥상만 받은 몸이
‐ 김해자, 「어머니의 밥상」 부분
살 맞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저럴까
새벽 세 시 어중간한 열린 창 사이로
느닷없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문가로 가니 옆 건물 식당에서 회를 뜨는,
정자라던가 정순이라던가 늘 소리 없이 웃으며
스끼다시 모양 나게 꾸미던 여자가 분명한데
나가다 안 나가다 노가다 남편 만나
온몸에 퍼런 문신 자국 지워질 틈 없이도
튼실한 아들 둘씩이나 주시어 감사하다던,
울부짖던 그림자 흐느낌으로 바뀌도록
여자 속의 이리는 철창에서 나올 줄 모르고
이리 밖의 여자는 달빛에 흥건히 젖어도
철창에 부딪히는 소리는 멈출 줄 모르고
여자 속의 이리와 교신해 버린 내 안의 짐승은
철창 속을 어슬렁거리고……
‐ 김해자, 「아스팔트의 이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