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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2625935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3-11-22
책 소개
목차
눈썹의 중요성
야쿠자의 기억상실
우당탕탕 취업기
멜론빵 머리의 영웅
호신술의 여신
한여름날의 기적
리뷰
책속에서
이발사는 어깨와 목 마사지도 해주었다. 솜씨가 좋아 지압을 받을 때마다 뭉친 곳이 사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졸음은 더 쏟아졌고, 누워서 솜털 정리를 받을 때는 더 이상 졸음을 견딜 수 없었다. 편안한 무의식의 시간이 흐른 뒤 “의자 세우겠습니다”라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전동의자의 등받이가 세워지면서 사키는 거울과 마주했다.
누구지, 이 사람은? 사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머리 때문이 아니었다. 머리는…… 그래, 분명 요구한 대로 완성돼 있다. 그런데 얼굴이 다르다. 눈썹. 눈썹이 가늘고 매끈하게 치켜 올라가 있다. 그 눈썹은 어딘가, 보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는 포악함마저 띠고 있었다.
“누, 눈썹이…….”
“어떠세요, 괜찮죠? 머리 모양과도 잘 어울리고.”
이발사는 몹시 흡족한 듯 웃고 있다.
“저, 저기…… 눈썹을 미신 거예요?”
“네.”
이발사는 무슨 말인가를 더 하는 듯했으나 저항하기 힘든 졸음이 쏟아져 그 목소리가 오히려 자장가처럼 들렸고, 에라 모르겠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자, 끝났습니다”라는 목소리에 잠이 깼다. 거울과 마주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느새 머리카락은 싹둑 잘려나가 있었다. 옆머리는 관자놀이까지 바싹 깎여 있었고, 윗부분도 상당히 짧아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눈썹이 가늘어진 데다, 잘 보니 옆머리가 호랑이나 얼룩말처럼 줄무늬가 생겨 있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는 검은 부분과 면도한 흰 부분으로 인해 줄무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게…….”
이게 뭐지.
선수를 치듯 이발사는 거울 너머로 웃었다.
“조금 대범한 스타일도 괜찮다고 하셔서 이렇게 해봤어요. 진짜 잘 어울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