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638607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5-05-0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이 계절에 무얼 먹을까 5
1부 일의 맛
시급한 봄 15 + 두릅피클 22
개와 나 24 + 개와 함께 먹는 채소고기찜 32
불안을 없애는 방법 35 + 영양잡곡밥 42
김밥 인생 46 + 감태흑임자김밥 51
국물은 얼마든지 53 + 아욱표고감자된장국 60
남에게 끼니를 맡기다 62 + 버섯피클냉국수 67
덩어리로 돌아가는 시간 71 + 핑크 후무스 76
일의 맛 80 + 카레쳐트니와 렌틸요거트카레 86
살림, 우리가 사는 방법 94 + 엄마의 감자된장국 98
바쁨의 얼굴 101 + 정원초밥 106
시장으로부터 111 + 봄나물보리비빔밥 117
체크리스트 122 + 콜리플라워수프 125
2부 살아갈 기운
고향 음식 131 + 매생이보리리소토 138
밥 잘 차려주는 언니들 140 + 후다닥프리타타 146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150 + 채소고기와인찜 156
정령 대 이동 160 + 라임바질캐슈 마요네즈와 샐러드 166
훌륭한 유부초밥 170 + 보경의 유부초밥 176
내 친구 에이코 181 + 에이코의 감자샐러드 188
국수 격전지 192 + 매실고추장비빔국수 196
복숭아 언니 199 + 복숭아홍차시럽 207
만두만두만두 209 + 보경의 만두 214
함께 식사 218 + 헤니의 사과타르트 226
에필로그 음식과 자세 23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온 나물을 펼쳐놓고 심호흡한다. 나물 다듬기만큼 묵은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일이 없다. 사이사이 낀 흙을 털고 잔뿌리와 질긴 섬유질을 벗겨내 반짝반짝해진 나물을 가지런히 할 때면 이런저런 시답잖은 생각들은 풋풋하고 싸한 풀 내음에 금세 잊힌다. 풀 맛이 궁금해져 고운 연두색을 툭툭 털어 입에 넣는다. 보기보다 씁쓸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이것을 어떻게 요리할까, 시급한 봄에 하는 느긋한 고민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하는 고민은 늘 ‘무엇을 먹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까지 나아가게 한다. 먹고 싶은 것은 체면과 격식 없이 기분 좋은 ‘온기’와 ‘인상’을 남기는 식사다. 산, 들, 바다의 재료를 적절히 배합해 맛을 끌어낸 음식도 좋고 그것을 맛보며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명쾌함, 균형 있는 풍미도 좋지만 매일의 식사는 우리에게 분명 온기와 인상을 남긴다. 내게 온기와 인상을 남기는 음식은 단연 김밥이다. 심지어 김밥과 닮은 음식을 만든다면, 요리의 목적에 절반 이상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차에서든 길에서든 식탁에 앉아 오물거리든 김밥이라는 일상식은 우리에게 한결같은 편안함과 따스함을 준다. 매일 이어지는 고된 노동으로 일상을 기꺼이 채우고 있을 김밥 요리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각종 나물과 갓 볶아 짠 참기름이 지천인 시장이야말로 맛있는 비빔밥이 탄생하기 적합한 곳이다. 국수가 유명하지만, 실은 보리비빔밥이 더 맛있는 집을 찾아냈다. 주방을 중심으로 네모나게 놓인 바 형태의 식탁에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가게에는 손을 뒤집개 삼아 전을 굽는 등이 굽은 어르신이 있다. 그의 두툼한 손을 구경하며 밥을 기다린다. 보리밥에 콩나물, 부추, 도라지무침, 상추, 오이절임, 무생채 등을 잔뜩 얹고 노른자가 살아 있는 달걀프라이를 올리고, 깨와 참기름을 휘휘 두른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인데 모두 모이면 기똥찬 맛이 난다. 맛의 일등 공신은 고소한 참기름이다. 잘 볶아 고소한 향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아 착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참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