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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088
· 쪽수 : 151쪽
· 출판일 : 2023-03-2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5
1부-중얼거리는 사람
다중인격·15
우이독경·17
중얼거리는 사람·18
혼자 웃는 사람·20
이해하는 사람·22
되새기는 사람·24
두리번거리는 사람·25
페이스 북·26
자귀나무 여자·28
칼 몸·30
고구마 줄기를 벗기는 여자·32
꽃차·34
염소는 어긋난다·36
통화·38
나비와 휠체어·40
칼집·42
말의 신사·44
비석은 자란다·46
예언의 방식·48
2부-나를 만났다
머릿속에서 전철 돌리기·51
사이비를 위한 시·52
사랑의 거지·54
다른 말이 있다·56
발·58
골몰하는 동안·60
돌아와서 눕는다·62
공중의 창·64
나를 만났다 2·66
나는 명랑하고·68
나는 해롭다·70
12월의 굴뚝·72
1mm의 고독·74
건망·76
누가·78
공부·80
이달의 명언·82
3부-공중의 이사
귤·87
외면·88
인생·90
숙주론·92
공중의 이사·94
매미 2·95
창에는 행운목·96
참을 수 없는 忍·98
비우거나 버리거나·100
등받이·102
아내의 살림·104
목 없는 소파·106
월요일의 백화점·108
뉴트리아를 먹는 밤·110
목련 나무·112
긁는다·114
4부-너는 너를 모르고
비 끝·117
꽃과 별·118
거울 앞·119
부뚜막 위의 히아신스·120
빛나는 방식·122
너라서·124
너는 예쁘다·126
듯이·128
해후·130
냄새·131
하루 종일 비가 오면 나는·132
발치(拔齒)·134
해설 | 오민석(문학평론가)
파열의 언어와 분열된 주체·145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유음(浮游音) 한 소절이 종일 뇌리에 붙어 다닌다
그것은 끓고 있는 죽 같고 뚜껑 없는 냄비 같다
다 퍼낸 바닥에 고이는 물처럼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세요가 툭 튀어나온다
그래야 한다는 듯이
다음을 기약하는 말끝에 속말이 따라붙는다
쳐다보는 표정 뒤로 눈이 숨는다
너의 말을 내놔라
말이 있어요 할 말이 있어요
몸 안에 말이 있다고 눈을 껌벅이며
울먹이던 사람을 보았다
가지가 몽땅 잘린 나무둥치의 옆구리를 뚫고
툭 튀어나오는 꽃처럼
목구멍을 기어 나오는 선충들처럼
잘린 곳에 실가지가 무수히 뻗어 나온다
다 게우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는
말의 뒤통수에 미운 말이 들끓는다
곡을 끝낸 상주는 한 번씩
음, 음, 하고 자신의 목청을 확인한다
말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죽은 몸에서 나온 벌레들이사방으로 빠르게 흩어지며 사라진다
그 많던 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는 동안 다시 말이 고이기 시작한다
-「중얼거리는 사람」 전문
천애고아를 받았다
어머니는 잎의 뒷면에 알들을 슬어놓고
숨을 놓았다 그늘을 다니는 피는
고독사한 아버지의 피
환한 창 안의 온기를 그리며
지붕 없는 날들을 풍찬노숙했다
하루 세 번, 쌓인 말을 부정하고
안온에 깃든 다짐을 털어내고
언제나 발바닥 시린 겨울 마당 같은
맨발을 촉구하는 말의 선생은 누구인가
비애를 자긍하는 벌거숭이를 받았다
걱정 없이 따뜻해지고 싶어요
가는 곳마다 다른 곳이었고
길은 늘 새로 시작되었다
비바람 눈보라는 소용되는 법이 없고
쌓이지 않는 걸음은 나비처럼 팔랑댔다
명랑의 풍습을 섬기며 가벼워졌다
그들보다 먼저 웃고 모르는 척했다
무엇을 숭배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
속말을 받으며 뒷목이 벌겋게 걸어갔다
하루아침의 남루와 급전직하의 풍문이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떠돌았다
-「사이비를 위한 시」 전문
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어서
나는 얼마나 벅찬지
모를수록 너는 내 눈에 낯설고
그 설레는 미지
너는 더없이 순정하고 달콤한 오해
나날이 기뻐서 기약하는 말은
야속한 이별의 내막이 될 테니까
대답을 조심해야지 백 번의 마음으로
어제와 오늘을 순순히 고백한다
목을 젖히며 웃는 너를 볼 때
계시처럼 무엇을 알고 있는 내가 두려워
아무 일 아닌 듯 안경에 티나 닦으면서
그것은 먼 일일 테니까
너와 있는 날은 기쁘고 서러워서
나는 한순간에 다 살고 돌아온 마음으로
너를 자꾸만 모르려고 애쓴다
총명한 눈의 표정으로 너는
내게 말을 던지고 말을 채근하고
다른 곳을 쳐다보며 나는네가 너라서 얼마나 좋은지
-「너라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