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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255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03-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길 밖에서 너를 기다리며·13
맹인 안마사의 슬픔·14
독수리의 포란법·15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16
정년 직전·18
풍란 절벽·20
내가 마구간에서 태어났을 때·22
망고 씨의 하루·24
우편함의 용도·25
사랑에 빠진 비행사·26
꽃자루에 꽃 하나씩 피는 목련·27
붉은사슴뿔버섯을 본 적 있나요·28
튤립 뿌리에선 종소리가 난다·30
[2부]
그 말-시경(詩經) 필사·35
망덕포구에 그가 산다-윤동주 유고 지킨 정병욱의 전언·36
신발이 지나간 자리-정병욱의 이력(履歷)·38
굴라재 활불 사건-나, 만해·40
심우장(尋牛莊) 가는 길-만해시편·43
북정마을-만해시편·44
목련이 북향으로 피는 까닭·46
가사(歌辭) 읽는 저녁·47
갈매나무 백석, 흰 바람벽을 타고-남신의주 유동에서 남해 통영까지·48
적과 흑·51
대웅성좌, 옥천-지용의 별·52
배는 묵어 타고 집은 사서 들라·54
구운몽길 억새꽃·56
[3부]
우득 씨의 열한 시 반·61
빨간색 차만 보면·62
방호복 화투·64
노숙인과 천사-서울역, 2021년 1월 18일 오전 10시 30분·66
눈 녹이는 남자·68
가불 시대-사소한 풍경·70
아주 비극적인 유머·72
숨·73
젓갈장수와 나무장수-오래된 현재·74
마포 어부의 딸, 주꾸미·76
애간장·78
상강(霜降) 아침·79
서릿발·80
여왕의 홀·82
[4부]
아사(餓死)·87
네가 오기 전에는 항상·88
일용할 양식·90
오디주와 뽕잎차가 함께 익는 밤-펜션지기 시인의 집·92
귓바퀴를 한껏 오므리며·94
이사철·96
마스크 대화·97
늦게 온 광석이-유자 아홉 사리 아홉·98
유쾌한 벌초·100
뿌리가 뿌리에게·102
매미 옷을 들춰 보다·104
철로역정(鐵路歷程)·106
[5부]
기도·111
무화과나무 아래의 회심-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112
이토록 오래고 이토록 새로운-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114
뿔난 짐승은 복이 있나니·116
최초의 시-경전 필사·117
깊고 푸른 밤-경전 필사·118
돕는 배필-경전 필사·119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120
지상에서 천국까지·121
거룩한 손·122
새벽 기도·124
해설 | 손택수(시인)
“오래된 길의 시, 신생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쳐 퇴근하던 길에
망고를 샀다.
다 먹고 나자
입안이 부풀었다.
저 달고 둥근 과즙 속에
납작칼을 품고 있었다니
아프리카로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노예선을 탔구나.
너도.
- 「망고 씨의 하루」 전문
생의 첫 장면은 종종
믿을 수 없는 순간 펼쳐진다.
보리 흉년 젖배 곯던
명절 코앞 신새벽
하필이면 주인집 만삭
같은 용마루 아래
두 산모 해산 못 해
안채서 먼 마구간
소가 김을 뿜을 때마다
하얗게 빛나던 짚풀더미와
쇠스랑의 뿔
송아지 옹알이하며
구유 곁에 희부윰
드러눕고
그 짧은 부싯돌로
문틈 비추며 기웃
들여다보던 달빛.
- 「내가 마구간에서 태어났을 때」 전문
그가 태어난 남해 설천 문항리
집은 없어지고 옛터 위로 찻길이 나 있었네.
그때 사립문 밀고 나간 신발은 어디로 갔을까. 만세 운동 아버지 거제로 하동으로 쫓겨가던 길섶마다 고무신 자국 오종종종 따라 걷던 어린 신발, 여수 광양 망덕포구 양조장집 댓돌에서 동래고보 연희전문 누상동 북아현동 노숙의 밤 함께 지샌 기룬 신발,
학병 갈 때 맡긴 동주 원고 어머니 마루 밑에 감춘 사연, 전장서 죽었다 돌아온 날 깜깜한 항아리 속 불 밝히며 웃던 신발, 제 책보다 동주 시집 먼저 내고 부산대 서울대 하버드 파리대 오가면서 한국문학 브리태니커백과에 등재하고, 두 다리 한번 뻗어보지 못한 그 신발 없었다면 국어국문학회며 시조문학사전 국문학산고 한국고전시가론 다 없었을 테니
백 년 전 그 길 따라 나도 함께 걸었던가. 남해 서면 우물 지나 상주 금산 삼동 물건 코 묻은 미투리로 포항 마산 서울 간도 도쿄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역사의 고비마다 한 백 년 콕콕 구두점을 찍어가며, 빛바랜 신발 자국 맨발을 맞대보다 백고무신 옆구리에 비친 옛집 처마의 푸른 그늘을 만져 보다
눈 덮인 시내에 글 읽는 소리 미끄러지듯 코 닳은 신발 끝에 허리 낮춰 몸 치수 재듯 설천면 문항 마을 흰 손을 마주 잡고 흥얼흥얼 흔들면서 은하수 물길 너머 한세상 다시 찾아 떠나기도 하였던가.
- 「신발이 지나간 자리-정병욱의 이력(履歷)」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