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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2776903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3-12-15
책 소개
아버지의 유품을 낚아챈 까마귀를 따라 낯선 곳으로 향하던 은후는
발을 헛디뎌 거울과 부딪히고, 생전 처음 보는 공간으로 향하게 되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날. 은후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에 주변을 살펴보는데, 갑자기 까마귀가 아버지의 유품인 손거울을 낚아채 휙 날아가 버린다. 필사적으로 까마귀를 쫓아가던 은후는 산책로 뒤편에 있는 낡은 창고에 다다른다.
“거울만 돌려주면 뭐든 할게.”
까마귀에게 손을 뻗는 순간 화려한 금박 장식의 거울과 부딪히고,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데…
“안과라고? 여기가?”
“평범한 안과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너도 느꼈겠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도착한 <보름달 안과>는 어딘가 이상한 곳이다. 묘하게 까마귀 같은 느낌을 주는 도선생과 신비하고 차가워 보이는 보조 미나가 진료를 보는 곳. 이곳에서는 환자가 살아온 인생,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 애정을 두는 장소, 감정의 색깔이나 영혼의 무게 같은 것들을 측정해서 환자를 치료한다. 그곳엔 은퇴 후 투자 실패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이국땅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유학생, 이제 막 빛을 볼 때쯤 부상으로 은퇴해야 했던 발레리나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찾아온다.
손님을 인도해 오는 까마귀, 진료를 보는 도선생 그리고 미나.
초에 불이 붙고 향이 피어오르면, 환자는 저도 모르게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되는데…
“당신의 감정은, 물에 젖은 황혼의 빛깔이군요.” 영혼의 색과 무게, 감정을 살피곤 신중하게 진료를 해나가는 도선생. 생의 끝자락에서 절박함을 가지고 까마귀를 따라온 환자들은 <보름달 안과>에서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영혼을 치유한 대가는, 대체 무엇으로 치러야 할까?
도선생과 미나 그리고 은후.
우연히 만나게 된 줄 알았던 세 사람의 인연의 실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눈을 뜨고 보게 된 첫 번째 사람을 죽이게 될 운명이다’라는 예언을 받고 아버지에게 학대받다 도선생에게 간신히 구원된 아이 미나. 어릴 적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꿈을 반복적으로 꾸며 그리워하는 아이 은후. 환자의 사연과 얽혀 미나와 은후, 도선생의 숨겨진 이야기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과연 까마귀를 따라가 도착한 보름달 안과에서 은후는 무슨 일을 겪게 될까? 아버지의 유품인 거울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림자 상점>을 통해 따뜻한 힐링 판타지를 선보였던 변윤하 작가가
더욱더 신비로운 공간, <보름달 안과>로 돌아오다
눈(目)은 예로부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 여겨졌다. 그리고 여기, ‘보름달 안과’라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눈을 통해 환자의 마음뿐 아니라 삶과 감정, 영혼의 색깔까지 읽어내 치유해 주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로 매일매일 하루를 살아내기 바빴던 많은 이들이, 저도 모르게 까마귀의 인도를 받아 보름달 안과로 향하게 되는데…
작가는 속도감 있는 문체와 신선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를 자연스레 보름달 안과로 이끈다. 독자들은 때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때론 잊고 있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보름달 안과》에 스며들게 될 것이다. 까마귀와 거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 <보름달 안과>로 함께 떠나보자.
목차
프롤로그
1. 거울과 까마귀
2. 그믐달
3. 그림
4. 블러디 문
5. 바사의 약국
6. 엄마
7. 나무
8. 미나
9. 아빠의 조각
10. 방문
11. 식물원
12. 작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안과? 여기가?” 의아한 얼굴로 공간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유리 수납장과 안락한 벽난로, 벽에 수두룩 걸린 작은 손거울들과 오렌지색 카펫까지. 마법사의 방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믿을 텐데. 안과로 보일만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내 표정을 읽은 듯 여자애가 가볍게 덧붙였다. “평범한 안과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너도 느꼈겠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나는 사라라고 불린 까마귀를 흘긋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발톱 아래 거울을 쥐고 있지 않은 까마귀의 두 눈이 나를 향했다. 나는 양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거울만 돌려주면… 뭐든 해주겠다고요.”
남자는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가를 만졌다.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남자가 까마귀에 다가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속삭임이 잠시 이어지더니 까마귀의 날갯짓 소리와 함께 남자가 흘끔 내 쪽을 돌아보았다. 잠시 후 돌아온 남자가 말했다. “맹세했으니 까마귀의 소원을 들어줘야지.”
도선생이 말한 차트란 다른 병원과 사뭇 달랐다. 환자의 증상이 아니라, 환자가 살아온 전반적인 인생,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 애정을 두는 장소, 감정의 색깔이나 영혼의 무게 같은 것들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감정이나 영혼 같은 것들은 어떻게 수치로 매길 수 있다는 걸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어려울 수 있다고 도선생이 설명해 주었다. 걱정 말라고, 모르는 것들은 미나가 친절히 설명해 줄 거라고 덧붙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