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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835037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3-02-02
책 소개
목차
04 서문│ 70대를 마무리하면서
Ⅰ. 눈물 찔끔거리는 버릇
16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21 눈물 찔끔거리는 버릇
26 날지도 울지도 않는다
30 노인을 생각한다
35 생이라는 화두
40 허전했던 아내의 생일
44 세월이 간다
48 삶을 생각하다가
53 등산로 옹벽에 새겨진 화두
58 아무거나 경험하려 들지 마소
63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67 어린 시절의 여름 소환
Ⅱ. 물방울이 돌을 뚫을까
74 물방울이 돌을 뚫을까
77 임인년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되새김
81 우리말을 혼탁 시킨 일제 그림자
88 족보를 들여다보다가
93 접두사로서 ‘도읍 도(都)’ 자의 특별한 의미
98 십장생도와 만남
102 우리의 사자성어와 조우
108 오도송을 넘겨다보기
115 동양화 건너다보기
121 복숭아에 얽힌 일화
126 되새기는 악어의 눈물
131 위기십결 이야기
Ⅲ. 누구를 얼마나 닮았을까
137 누구를 얼마나 닮았을까
141 선친 이야기
146 좋아하는 일을 해왔을까
151 메꿀 수 없는 세월의 간극
156 부스터 샷에 즈음하여
160 수선만 떨었던 벌초
165 맏이와 막내의 나이 차이 22살
169 호국의 얼과 흔적을 찾아서
174 누군가에 받았던 용돈에 대한 단상
178 학위복 유감
183 여덟 번째의 등산화
188 정장 유감
Ⅳ. 부당한 통행세 징수
194 부당한 통행세 징수
199 언감생심의 도전에 감동하여
204 까치 까치설날은
211 어벙한 셰프(chef)에 대한 맹목적 신뢰
216 친구들과 만남을 위한 아내의 나들이
221 신경 쓰였던 혈당 수치
225 엄나무 순
229 매실청을 담그며
234 얼결에 담근 마늘장아찌
239 부부의 제주 나들이
243 나그네가 제주에서 마주했던 음식의 편린
248 다시 만난 제주
Ⅴ. 들국화 예찬
255 들국화 예찬
260 가을이 무르익은 아파트 뜰
264 이름도 폰 번호도 몰라요
269 봄이 오고 있음에도
273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
277 여름 등산을 위한 워밍업
282 아닌 밤중에 벌목꾼
287 또다시 겨울의 초입에 서서
291 가파른 비탈의 600개 계단
296 어느 실버타운의 이야기
302 언제 이리도 어엿하게 성장했을까?
306 장맛비가 멎은 사이 잽싸게 등산
Ⅵ. 부엉이 소품
312 부엉이 소품
316 김장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320 지난 다이어리를 들추다가
325 표사(表辭)를 쓸 때
331 책을 펴내는 마음
335 천역의 터널 끝을 기대하며
340 나의 롤 모델 L 박사
344 우리말 겨루기와 J 여사
349 장관을 그리도 하고플까
354 정지용문학관을 다녀와서
360 아흔넷에 책을 펴내시는 열정
364 과거제도 엿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설탕과 매실을 켜켜이 담은 용기는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실내에 3~5개월 숙성시키면 만사형통이다. 이렇게 1~2개월 지나고 들여다보면 설탕이 녹아 바닥에 두꺼운 침전물층이 생기고 위쪽엔 매실이 둥둥 떠 있는 모양을 띈다. 이럴 때는 주걱이나 별도로 준비해 둔 깨끗한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서 휘휘 저어 바닥의 침전물(설탕)을 녹여 줘야 한다. 이 작업이 처음에는 힘이 들더라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되풀이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몇 차례에 걸쳐 거듭해서 저어주면 침전되었던 설탕 덩이가 완전히 풀어져 다시 응고되지 않는다. 한편 우리 집에서는 5개월까지 숙성시키지 않고 100일 안팎의 시간이 흐르면 개봉하여 가는 체*로 거른다. 이때 불순물과 매실은 버리고 순수한 진액은 적당한 용기(유리병)에 나눠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끝이다.
매실을 담아 숙성시키기 위해 보관하는 동안 밀폐시켜야 할 뚜껑을 어설프게 여닫으면 예기치 못한 봉변을 당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뜻하지 않은 초파리가 창궐해 몽땅 폐기 처분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10여 년 전의 일이다. 지금 중학교 2학년인 손주 유진이가 유치원 다닐 때였다. 그 어느 해인가 매실을 담가놓고 덜떨어진 할아버지와 철부지인 손주가 죽이 맞아 매실 통을 몇 차례 열어봤다. 그리고 느슨하게 닫아 둔 채 무심코 지냈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 거르려고 뚜껑을 여는 순간 기절할 뻔했다. 작은 초파리가 수없이 날아올랐고 통 속에는 하얀 초파리 애벌레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꼬물거려 정신이 아득했다. 어쩔 도리가 없어 한 통을 통째로 하수구에 쏟아버리고 다른 한 통의 것만 겨우 건질 수 있었다. 이처럼 해괴하고 웃픈* 경험을 서울에 사는 처형 댁에서도 똑같이 했었다는 아내의 귀띔이다. 그 이후 숙성시키는 동안 그것을 담은 용기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우고 입구를 철저하게 밀봉해 둔다.
사람들은 매실청보다 개 복숭아 청이 더 이롭다면서 그를 찾으려고 시장 바닥을 뒤지거나 산야로 나서 직접 채취하려고 든다. 그런데 나는 개 복숭아 청이 몸에 좋을지 몰라도 맛이 써서 썩 내키지 않는다. 언젠가 등산길에 개복숭아를 만나 한 봉지 따와서 매실에 섞어 담았다가 쓴맛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해 담았던 것을 완전히 먹어치우기까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씨름을 한 뒤로는 개 복숭아는 철저하게 외면해 오고 있다. 예로부터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게 마련이라고’ 했거늘 따르지 못하는 내가 진정 모자라는 반편이라서 그럴까.
매실이 어떻게 좋은지 여기저기 자료를 넘겨다봤다. 매실에 유기산(有機酸)이 많이 함유되어 피로 회복에 좋으며, 꾸준히 섭취하면 알칼리성 체질을 유지하여 체질 개선의 효과가 있고, 피루브산(pyruvic acid) 성분이 간장을 보호하고 간 기능을 향상시킨단다. 한편 매실에 함유된 피크린산(picric acid)이 해독작용을 해 음식물의 독, 핏속의 독, 물의 독 등의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소화불량이나 위장 장애에 효험이 있으며, 카테킨(catechin) 성분이 장내의 나쁜 균 번식을 억제함으로써 만성 변비에 좋고, 열을 내리거나 염증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이다. 아울러 피부 미용에 좋으며, 칼슘의 흡수율을 높여주며, 강력한 살충과 살균 작용을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문외한으로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마냥 헷갈린다.
_‘매실청을 담그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