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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837086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4-09-27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4
1장_ 사계절 추억이 깃든 장좌리
아! 어머니 14
‘아버지’라는 이름 21
사계절 추억이 깃든 장좌리 25
새엄마가 생기다 30
완도 읍내로 이사하다 34
멀어진 것들은 그립다 36
악기 배정에 밀리는 바람에 40
‘끼’는 우리 집안의 내력 45
정든 국민학교 졸업 50
내 꿈의 후원자였던 둘째 형 52
중학교 생활 56
밴드부, 왜 나를 탈락시켰을까 62
새엄마, 떠나다 65
아버지 이마에 새겨진 글자 69
합격이 얄궂기도 얼떨떨하기도 72
셀레는 등굣길 75
성난 파도야 끝내자 77
우리들의 난장판 숲속 춤판 80
봉오리도 채 맺지 못한 83
금고에서 돈 쪼깐 꺼내 87
꿈에 그리던 서울 무대 92
2장_ 1980년 5월 서울의 봄
‘라도’라는 호칭 100
1980년 5월 서울의 봄 109
완도 촌놈이 ‘김대중 행동대원’이라니 112
‘전라도 새끼’라는 죄 115
잔인한 선고, B급 판정 117
인간이라는 걸 잊어야 살 수 있는 곳 120
죽음의 수용소 123
오죽했으면 탈주했겠는가 127
쏘지 마세요, 쏘지 마세요 132
살 떨리는 철조망에서 풀려나며 139
눈물 같은 돈, 운전면허 따다 142
평생 털어놓지 못한 낙인 144
으째야쓰까, 환장하것네 148
얘야, 어서 일어나라 152
군대, 악몽의 트라우마 156
3장_ 상왕봉에서 다짐한 약속
100원짜리처럼 둥글고 단단하게 186
상왕봉에서 다짐한 약속 189
화물차로 인생 시동 걸다 192
왜 하필 그 시간에 거기를 지나갔냐고 197
여자 조심, 도박 조심 200
사람 사는 세상 203
오합지졸 예비군훈련 206
연서는 읽기만 209
미스 리 212
운명, 운명이다 215
아버지 가시는 길에 221
행복한 밥상 223
귀 얇은 게 탈 226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 229
타이어 대리점 232
나가는 복 들어오는 복 235
될 만하면 또 꺾이고 238
시련을 안겨준 택시회사 242
초저녁 별이 된 둘째 형 246
4장_ 해양 치유의 섬, 완도
피아노와 장구를 배우다 254
인순이 디너쇼 257
공연 보러 서울로, 광주로 260
모여서 놀자, 모놀 264
인생 최고의 무대, 하춘화와 노래를 268
정치인을 조문하다 270
해변음악당 공연 봉사 10년 274
송해 선생과 해수탕 토크 279
50대에 실용음악과 도전 282
저자소개
책속에서
청춘 시절, 밤마다 설렘으로 잠을 깨우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죄 없이 불운의 시대에 붙들려 억울하고 암울하게 보냈다. 1980년 5월 서울의 봄, 내 청춘은 짓밟히고 으깨졌다. 꿈은 산산이 조각났다. 평생 트라우마로 가슴을 부여잡고 숨어서 울었다. 하룻밤 사이에 끌려가 내 청춘은 잿빛으로 변하고 어두운 그늘에서 숨죽이며 살았다. 사나이로 태어난 인생, 한바탕 신명나게 놀다 가고 싶었다. 그런데 벌거벗겨 피투성이가 된 듯한 몰골이 되어버렸다. 아침이 밝아와도 한동안 날지 못하는 인간새로 살았다.
- <책을 내며> 중에서
슬픔의 절정은 엄마를 품은 관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누나와 형들의 슬픈 어깨는 들썩들썩 요동쳤다. 묫자리에 이르러서는 고모 이모 외삼촌 숙모의 통곡이 엉켜 울음바다가 되었다. 삼촌은 마지막 제사를 어수선하게 하면 안 된다며 내 손을 잡고 산을 먼저 내려왔다. 나는 엄마를 보내드리는 마지막 제사에도 도움이 안 되는 철부지 중에서도 철부지였다.
-<아! 어머니> 중에서
내 차례가 왔다.
“아 전라도 새끼구먼. ‘김대중 행동대원’이었지?”
“아니여라.”
“이 새끼가 거짓말도 잘하네!”
“집은 어디야?”
‘완도’라고 답변하기 전에 ‘주거 부정’이라고 적었다.
“이 새끼는 집도 없는 고아 새끼!”
“아닌디라. 완도가 고향이고 죄도 없는디라.”
“아가리 닥치지 못해!”
“지는 잘못한 게 없는디라. 쌈질한 적도 없고 길바닥에 침도 안 뱉었는디라. 꿈 이루려 돈 벌러 서울 왔는디라. 아버지 9월에 서울 오시기로 했는디 어째서 고아당가요? 전남 완도군… 주소도 있는디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조아렸다.
“이 전라도 개새끼가 질질 짜고 지랄을 떠네. B급!”
순간 하늘이 와장창 깨져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잔인한 선고 B급 판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