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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91192988207
· 쪽수 : 191쪽
· 출판일 : 2023-07-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김연수 창본 흥보가
사람마다 오장육보로되 놀보는 오장칠보
볼기 이것 두었다가 어디다 쓰리오
이놈아! 네놈 주자고 개 굶기랴
가난 박대 안 하기는 보잘것없는 제비뿐
떨어 붓고 나면 도로 수북, 떨어 붓고 나면 도로 가득
당기어라 톱질이야, 좋을시고 좋을시고
초막집 간데없고 꿈속같이 신선 되니
제비 다리를 분지르면 박씨를 물어 와?
저 박빛 누런 것은 분명히 금
송장보다 징한 능천낭 주머니
놀보 기가 막혀도 줄줄이 박을 타고
극진한 위로에 사람 마음 되찾네
경판 25장본 흥부전
심술궂은 놀부, 흥부를 내쫓다
호된 구박에 설운지고
매품도 못 파는 신세
은혜 갚는 박씨를 얻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제비 원수 갚는 박씨
둥덩둥덩 생난장
난데없는 상전 떼기
왈짜들의 입담 한판
박타기는 계속되고
놀부의 최후
해설 《흥부전》을 읽는 즐거움
책속에서
흥보가 한 궤를 가만히 열고 보니, 아, 쌀이 하나 수북이 들고, 또 한 궤를 딱 열고 보니, 거기는 그냥 돈이 하나 가뜩 들었는데, 궤 뚜껑 속에다가 ‘쌀은 평생을 두고 퍼내 먹어도 줄지 않는다’ 썼으며, 또 돈궤에도 ‘이 돈은 평생을 두고 꺼내서 써도 줄지 않는다’ 하거늘,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 짝을 떨어 붓기 시작을 하는데.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 짝을 떨어 붓고 닫쳐 놨다 열고 보면 도로 하나 가득하고, 쌀과 돈을 떨어 붓고 닫쳐 놨다 열고 보면 도로 하나 가득하고, 툭툭 떨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도로 하나 가득하고, 떨어 붓고 나면 도로 수북, 떨어 붓고 나면 도로 가득.
“아이고, 좋아 죽겄다. 일 년 삼백육십 일을 그저 꾸역꾸역 나오느라!”
실건 실건 실건 실근 실근, 박이 활짝 벌어지니 뜻밖에 박통 속에서 노인 한 분 내닫는데 차린 복색 괴짜로구나. 다 떨어진 헌 베 바지 깊은 살이 다 보이고, 삼승 삼베 적삼 위에다 개가죽 묵은 배자 무릎까지 덜렁덜렁. 구멍 뺑뺑 중치막은 아랫단 황토 묻고, 떨어진 관에다 석 자 절반 되는 헌 베주머니 전 재산을 넣어 차고, 곱돌 깎아 만든 담뱃대 가운데 쥐고 놀보 놈 안방으로 제집같이 들오는데, 토깽이 얼굴에다가 빈대코가 맵시 있고, 뱁새눈 병치입에 목소리는 장히 크다. 두 눈을 부릅뜨고 놀보 놈을 바라보며,
“네 이놈, 놀보 놈아! 네 할애비 덜렁쇠, 네 할미 허천덱이, 네 아비 껄덕쇠, 네 어미 빨닥례가 모두 내 집 종일러니, 병자년 팔월 과거 보려고 서울 올라간 이후로 내 집 사랑이 비었을 제, 흉악한 네 아비 놈 가산 모두 도적하여 간 곳 모르게 된 뒤에 종적을 몰랐는데, 제비 편에 소식 듣고 천 리를 멀다 않고 예 왔노라. 네 가솔, 네 가산을 박통 속에다 급히 담아 내 집에 가서 시중들라.”
… 조그마한 주머니 하나를 내어 주며,
“너야, 돈이든 곡식이든 뭘로 채우든지 이 주머니만 가득 채워 오너라.”
놀보 놈 속마음으로, 저 양반 저 억지에 많이 달라 하거든 이 일을 어찌할꼬 잔뜩 염려하였다가 주머니만 채워 오라니 얼마나 좋던지,
“하이고, 예. 예. 그리 하오리다.”
주머니를 들고 제 방으로 들어가 엽전 가뜩 담긴 주머니를 그 주머니에다 대고 조르르르르르 부어 놓으니, 놀보 돈주머니는 홀쭉하니 없어졌는데 생원님이 준 주머니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고 가뿐한지라. 놀보 어이없어,
“음마, 요런 잡것 좀 보소,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