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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91192085692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2-10-2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마장전 馬駔傳
예덕선생전 穢德先生傳
민옹전 閔翁傳
양반전 兩班傳
김신선전 金神仙傳
광문자전 廣文者傳
광문자전 뒷이야기
우상전 虞裳傳
호질 虎叱
호질 뒷이야기
옥갑야화 玉匣夜話
허생 許生
허생 뒷이야기 1
허생 뒷이야기 2
열녀함양박씨전 烈女咸陽朴氏傳
해설 《박지원 소설집》을 읽는 즐거움
저자소개
책속에서
호장이 읽기를 마치자 부자가 한참을 멍하게 있다 말했다.
“양반이 겨우 요것뿐이란 말씀이오? 나는 양반이 신선과 같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것뿐이라면 너무 억울하게 곡식만 뺏긴 거지유. 아무쪼록 좀 더 이롭게 고쳐 주시오.”
그래서 다시 증서를 만들었다.
하늘이 백성을 낳으실 때 그 갈래를 넷으로 나누셨다. 네 갈래 백성 가운데 가장 존귀한 이가 선비고, 이 선비를 양반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양반보다 더 큰 이문利文은 없다. 그들은 농사짓지도 않고 장사하지도 않는다. … 가난한 선비로 시골에 살더라도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 이웃집 소를 몰아다가 내 밭을 먼저 갈고 동네 농민을 잡아내어 내 밭을 김맨대도, 어느 놈이 감히 나를 괄시하랴. 네놈의 코에 잿물을 따르고 상투를 엉망으로 만들며 수염을 뽑더라도 원망조차 못하리라.
부자가 그 증서 만들기를 중지시키고 혀를 빼면서 말했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참으로 맹랑합니다그려. 당신네는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시오?” 그러고는 머리채를 흔들며 달아났다. 이후 그는 죽을 때까지 ‘양반’이란 소리를 입에 담지도 않았다.
_〈양반전〉 중에서
엄항수는 똥과 거름을 져 날라서 스스로 먹을 것을 장만하기 때문에, 그를 ‘지극히 조촐하지는 않다’고 말할는지 모르겠네. 그러나 그가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웠으며, 그의 몸가짐은 지극히 더러웠지만 그가 정의를 지킨 자세는 지극히 떳떳했으니, 그의 뜻을 따져 본다면 비록 만종의 녹을 준다고 하더라도 바꾸지 않을 걸세. 이런 것들로 살펴본다면 세상에는 조촐하다면서 조촐하지 못한 자도 있고, 더럽다면서 더럽지 않은 자도 있다네.
_〈예덕선생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