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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063620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4-10-01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이것은 가을을 위한 책이 아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에너지가 있다
마음껏 쓴다는 자유에 대하여
입추 ≫ 가을이 온다
진짜 사랑하다 죽어버린다
안녕, 하늘아
너의 시대는
전원
처서 ≫ 더위가 식고 선선하다
퍼펙트 데이즈
엄마의 아파트
우리는 고양이를 찾지 못했다
여행의 끝과 처음
코로나19에 걸린 김에 생각해본 것들
백로 ≫ 이슬이 맺히다
꼿꼿하게 걸어가고 살아가고 싶어서
난 지금입니다
옷깃이 스쳐서 다다른 이야기
안녕, 마왕
청소와 빨래라는 매일의 다행
시간을 달리는 올림픽
추분 ≫ 밤과 낮이 균형을 이루다
도인과 가을
뚫어! 구니니!
내 사전에 아버지는 없다
네 개의 사계
1루 주자 이승엽
한로 ≫ 찬 이슬이 맺히다
떨어져야 할 것은 그때 떨어져야 한다
죽음 너머로 당신을 흘려보낸다
영화를 비록 사랑하는 것 같진 않지만
1980년 5월 18일과 광주와 나
상강 ≫ 서리가 내리다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이번 생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축구를 한다
5월 12일의 용준 메이드
가장 멋진 낙조를 떠올릴 것이다
에필로그 종언 ≫ 일이 끝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내가 보내고 싶은 수많은 안녕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안녕은 둘 중 하나다. 만나서 반갑다고 안녕, 헤어지니 잘 가라고 안녕. 이 책은 그 모든 안녕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반가움과 헤어짐에는 다양한 표정과 심정과 찰나와 사연이 찾아오고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 사이에서 지워진 것이 있다면, 남겨진 것이 있다면, 그럴만한 연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기억과 함께 살아가며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나의 지난날 안에서 물든 가을 같은 기억들과 반갑게 마주하고 묻고 떠올리며 다시 헤어지는 두 번의 안녕을 거듭하며 떨어뜨렸다. 그렇게 떨어진 말들을 한데 모으며 지난 가을을 살렸다.
―‘이것은 가을을 위한 책이 아니다’ 중에서
도인은 나무를 그렸다. 모나미 볼펜 따위로 제법 그럴 듯하게 잘 그렸다. 한두 번 그려본 솜씨가 아닌 듯했다. 곧 나무에 큼지막한 열매가 열리더니 빨갛게 익었다. 나름대로 성의가 있었다. 그 빨간 열매가 나라고 했다. 나무는 우리 집안이었다. 조상이 덕을 많이 쌓았고, 나는 그 덕을 온전히 받는 후손이라고 했다. 피식했다. 이보쇼, 우리 집 망한 얘기나 해드릴까? 그런데 덕이 있으면 업도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좋은 일도 했지만 나쁜 일도 했고, 그래서 덕을 받아야 할 후손의 앞길을 그 모든 업이 방해한다고 했다. 이거 나름 정반합?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정성이요? 정성이 뭐죠?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늘에 있는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저는 돈이 없는데요? 정성을 들이면 됩니다. 아니, 돈이 없다고요. 아니, 정성을.
―‘도인과 가을’ 중에서
<우리들의 블루스> 청소 장면에서 ‘이거 정말 찐’이라고 감탄한 포인트가 있었다. 바닥을 닦은 걸레의 더러워진 면을 깨끗한 면으로 바꿔 접는 상황에서 드러난, 손바닥 모양으로 묻어난 까만 먼지 자국의 선명한 디테일. 연기의 자연스러움을 넘어서 정말 해본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생활의 발견이었다. 호들갑 떨며 그 장면을 언급하자 차승원이 기분 좋게 웃으며 물었다. “왜? 너무 자연스러워서?” 당연히. 그는 요즘 별일이 없는 이상 좀처럼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바쁘다며 특유의 호쾌하고 단호한 톤으로 말했다. “집에 있으면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하루가 모자란다니까!” 진짜, 내 말이.
―‘청소와 빨래라는 매일의 다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