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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063743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4-11-20
책 소개
목차
여는 말 나는 마침표가 좋아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겨울 방학
드디어 늙는다는 기쁨
왠지 겨울바람이 부는 사람
불안해하기에도 늦은 계절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이해가 될 때
결산을 잘 내야 어른
갈무리해 둔 명장면들
언 땅을 일구는 하얀 소
입이 얼어붙은 이들에게
마음을 보려면, 겨울 여행을
겨울엔 러브레터, 여름엔 라스트 레터
원단이 좋은, 우아한 겨울 코트
겨울 아침의 짙은 성실함
울기 딱 좋은 날씨
계획보다 위대한 뒷수습
그 겨울, 엄마의 드럼 콘서트
두 언어를 다듬는 일
겨울잠을 자며 길게 꿈꿀 자격
지난 겨울들이 모여, 올해의 겨울이
1년이 문장이라면, 마침표는 확신
맺음말 마침표는 마침내 시작점
더하는 말 나의 영원한 쉼표에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 발을 구르는 이가 있다면,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일러주며 함께 빈 논에 드러눕자고 말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겨울을 기다리는 사람에겐 어깨동무를 하며 말해주고 싶다. 무슨 생각인지 다 알고 있으니 눈치 보지 말고, 편히 드러누워도 된다고. 더 이상 애쓸 필요가 없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당신이 얼마나 많은 관문을 뜨겁게 관통해왔는지 나는 알고 있다고. 겨울이라는 마침표를 이토록 사랑하는 우리는, 절대로 성급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여는 말 중에서
내가 나로서 무사히 성장하는 데 필요했던 건 시간과 라디오였다. 겨울이라는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라디오 소리를 맛있게 머금었던 겨울 방학을 추억할 때면, 할머니께서 키우시던 콩나물이 함께 떠오른다. 할머니 방에는 언제나 콩나물 시루가 있었다. 콩나물을 키우는 방법은 꽤 간단해 보였는데, 시루에 덮어둔 검은 천을 열고 그 위로 물을 붓기만 하면 되었다. 물은 콩을 적시고 시루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버리는데도 콩은 무사히 콩나물이 됐다. 나도 그랬던 게 아닐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이야기들은 한쪽 귀로 들어가 반대쪽 귀로 나오는데도, 나는 하루하루 어른에 가까워졌다. 세상을 보는 눈을 틔우고,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를 갖추면서 말이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겨울 방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