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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093597
· 쪽수 : 154쪽
· 출판일 : 2024-08-13
책 소개
목차
1부 가늠할 수 없는 사이를 뚫고 또 다른 벽을 넘어
원죄 19
이명성환에 가서 22
원시의 환상들 24
잡초 25
혁명 26
아버지의 침묵 28
실향민 정착기 30
어떤 기원 32
도공의 길 34
라오의 밤 36
풀 38
라오 39
개와 비애 40
물의 환상도 42
가리산에 올라 44
2부 이렇게 빛나는 투쟁이라니
견고한 고함 49
외침 50
시 52
매미 소리 54
매미 56
꽃 진 자리 57
귀향길 58
남중국해를 지나며 60
아버지의 손목시계 61
시간을 묻노니 64
인제에 가서 66
검은 옷과 흰 옷의 사람들 68
독과 약 70
고통의 끝 72
잡초의 위로 73
개불알꽃 74
3부 오직 견고만이 살아남는다
도기 79
옹기의 시간 80
끔찍한 사랑 82
질경이 84
영춘이 86
안절부절 88
아수라 세상 89
사다리 빌리기 90
서두른 가을 92
기춘 아재 94
적막 96
설하 98
강물의 중심 100
헐거움의 통점 102
통증은 진보한다 105
암태아성 항원 인연설 106
벽 108
4부 우리는 가여운 영혼처럼 쓸쓸하지 않을까
풍경
견문각지여름
안사랑
요양원은 수용소 118
빈틈이 없다 120
폭염 122
잡초의 행로 123
경춘가도에서 124
그러는 사이 126
그 봄날은 128
편지 130
며느리밑씻개 132
지금 133
산 134
밤과 뱀과 눈 135
지는 꽃 136
마지막 메시지 138
해설 _ 사라진 것들과 이제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하여 141
조동범(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옹기의 시간
허공을 끌어안는 마음으로
젖은 몸을 비우는 시간은 이젠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이
둥글게 부풀어간다
햇빛도 들지 않는 그늘에서 아주 천천히
둥근 몸을 말리다가 반짝
어느 빛 좋은 날 유약을 몸에 두르고 다시
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는 동안은
깊은 고요가 토향에 취해 잠들곤 하지
소성燒成으로 밤낮 하루 불길을 날려
천 도를 넘나들며 혼백마저 하얗게 사라져
나는 이미 어제의 내가 아니고
수 겁을 지나 시원이 되었다가
재가 되었다가 다시 돌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완고를 이루고
톡 치면 온몸을 감싸고 흘러나는
향기로운 종소리가 메아리로 들려올 거야
흙에서 태어나 팽팽한 옹기의 굳은 의지는
햇볕 아래 오래도록 익어가며 너를 기다릴 거야
벌써 내 몸에선 진향이 나고 있어
물의 환상도
빙그르 돌고 돌아 걷잡을 수 없이
수챗구멍으로 빨려 나가는
순환의 길을 떠납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아득하지만
물은 언제나 깊은 곳 물길 따라
낮은 곳
도로 그 자리입니다
세상의 낮은 곳을 채우다
넘치면 또다시 아래로
빈 곳을 찾아가는
물의 행로는 발끝마다 은혜롭습니다
강물에서 바닷물로
돌고 돌아가며
묵묵히 되돌아 솟아오르는 물은
주천周天*의 순환길
물은
그저 흐를 뿐
강바닥의 크고 작음을
탓하지 않습니다
흐르는 동안 줄기차게 물바퀴를 돌리는
바람신이
한시도 강물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 주천周天 : 온하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천체의 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