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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316665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9-20
책 소개
목차
1
…
38
감사를 전하며
취재 일기
리뷰
책속에서
관광객 무리가 여전히 문제다. 힐끔 보니 모두 어떤 그림 앞에 모여 헤드폰을 끼고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중이다. 이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결전의 순간이다. 누구 한 명이라도 고개를 들면 모든 게 끝장이다. 브라이트비저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보통 도둑은 훔치다 잡히지 않는다. 망설이다 잡힌다.
크라나흐(Lucas Cranach),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부셰(Francois Boucher), 와토(Antoine Watteau), 호이옌(Jan van Goyen), 뒤러(Albrecht Durer)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작품도 있다. 그림이 하도 많다 보니 다락 전체가 색으로 소용돌이친다. 거기에 상아의 광채와 은이 내뿜는 빛이 더해져 색은 더욱 강조되고 반짝이는 금빛이 화려함을 극대화한다. 별 볼 일 없는 동네의 특별할 것 없는 집 다락. 예술 전문 기자들은 이곳에 숨겨둔 작품의 가치를 모두 합쳐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억 달러(2조 7,0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 두 사람은 환상 속 세계를 뛰어넘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보물 상자 안에 사는 삶이라니.
커다란 포스터 침대에 깔린 시트가 마치 빨간 스포츠카 같다. 앤 캐서린은 침대 위에 편안히 늘어져 누워 있다. 물결처럼 하늘하늘한 검은색 실크 잠옷을 입고 무심히 웃는다. 방 안 가득 채운 보물을 만끽하듯 무대 위 배우처럼 양팔을 벌리더니 이내 선언한다. “여기가 바로 내 왕국이야.” 브라이트비저는 이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 중이고 그녀는 손으로 허공에 키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