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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235416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4-12-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유전
가출
거짓말
더 라이브러리
미숙아
히키
옻나무
연착륙
배턴 터치
대추나무
수상한 손님
용서는 담요
완벽한 계획
살려주세요
스타벅스에서 만나요
해결책
하나로 존재하는 단위
오늘의 커피
훔친 일기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떠날 거야. 인생에서 가장 차분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아빠의 손길이 닿은 모든 게 싫다. 심지어 나마저. 다행히 노름꾼인 아빠의 눈초리를 피해 틈틈이 모아둔 약간의 돈, 그래봐야 세 달 정도의 숙소비가 수중에 있었다.
다 태우고 떠나야 하는데 베개가 타지 않았다. 덮고 의지할 게 사라진 내게 남은 건 머리를 기댈 엄마뿐이라서 그런 걸까?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일단 엄마를 찾으려면 여기만 아니면 됐다. 떠날 이유로 이보다 강한 동기와 이유는 없었다. 되돌아가더라도 스쳐가는 황폐한 여행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찾아서 물어야 한다. 난 엄마의 과거니까. 놀라운 미래였어야 할 내가 숨겨야 할 과거로 변질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_「가출」
“책 넘기는 소리가 꼭 날갯짓 소리 같지 않아요?”
나는 박수 치며 맞다고 응수했다.
“어디로든 데려가 줄 것만 같은 날갯소리요.”
선생님이 테이블 위에 책을 보고는 손바닥을 세워 모양을 따라 만들었고 나도 같이 손바닥을 세웠다.
“누구도 허물 수 없는 집 같아요.”
그러면서 두꺼운 책 두 권을 계산대에 올렸다. 책을 선물로 받은 건 평생 처음이었다. 『전쟁과 평화』와 『모비딕』, 그것도 두꺼운 양장본이었다. 무척 어려워 보였지만 선물로 받은 책이라 안 읽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첫 장을 펼쳐볼 엄두도 안 났다. 다음 날, 겨우 세 장을 읽었을 때쯤 선생님이 오셨고 손 사인으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어색해서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합장에서 손바닥을 뗀 손 모양이 산이나 지붕, 책을 세워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늘 비슷한 시간에 방문하는 선생님의 표정은 아픈 얼굴과 외로운 얼굴 그 사이에 있었다. 무표정과 슬픈 표정 언저리에 걸쳐 있는.
_「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