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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238653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5-04-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에필로그_나는 아직, 현관문을 열고 매일 걷고 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주 오래전 어떤 친구가 길에서 이제 막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작은 아이들을 보면 무섭다고 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혹시 못 보고 밟을까 봐….” 그땐 그 친구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됐다. ‘네가 어떻게 밟아. 개미도 아니고, 못 볼 수가 없잖아.’
나보다 작고 약한 존재를 해할까 두려워하던 친구의 그 조심스러운 마음을 요즘 종종 떠올리곤 한다. 내가 아무리 작고 약한 존재라 해도, 세상엔 나보다 더 작고 약한 존재가 분명 있다. 내가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내가 조금만 무례해져도, 나로 인해 상처받을 나보다 약한 존재가 있다는 걸, 요즘은 산책길에 만나는 이 주먹보다 작은 참새들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너무 약해져 있을 때,
초라한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도,
나만 보는 사람, 나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나보다 약하고 작은 존재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을 테니까.
- 2023년 5월 8일 월요일
한번은 나보다 더 느린 내 또래 남자를 만났는데, 정말 아주아주 천천히 걷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그 그분에게 눈이 갔다. 최근에 무슨 수술이라도 받고 재활 중이신 걸까. 통증을 가까이에 둔 삶을 살기 시작한 후 자꾸 아픈 사람에게 눈이 간다.
그분의 사연이 궁금해졌지만,
마음속으로만 그분에게 건투를 빌며,
나 또한 보통 사람들보단 느린 걸음으로 그분을 지나쳤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요즘
사방에 건투를 뿌리고 다니고 있는 것만 같다.
항상 집에만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오니, 슬픈 표정, 아픈 표정, 지친 표정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자꾸만 놀란다. 그리하여 어쩐지 자꾸만 건투를 빌게 된다. 한편으론 그 건투가 그냥, 나의 오지랖이길 바라며.
-2023년 5월 12일 금요일
밤거리에서 큰소리로 다투고 있는 젊은 남녀, 서로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소리 내 울고 있는 젊은 연인을 만난다. 한 여자는 길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가만히 서서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의 표정은 몹시 지쳐 보인다. 반대로 이번엔 한 남자가 울먹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호소하고 있다. 그에게 손목을 잡힌 채 여자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여자의 얼굴에 떠오른 저 복잡한 표정은 슬픔인지, 고단함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모두일 수도 있겠지.
다들 열심히 사랑을 하고 있다.
저리도 사람을 지치게, 슬프게, 아프게 하는 사랑을,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다.
- 2023년 5월 14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