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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382229
· 쪽수 : 230쪽
· 출판일 : 2020-07-20
책 소개
목차
prologue 희한한 위로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나도 그래, 그래도 너는…
닌자는, 닌자니까
떡볶이
타나카군은 항상 나른해
〇 스페셜리스트
생존 본능
도와달라는 말을 왜 안 해요?
외톨이들의 특징
나는 참 게으르고, 참 부지런하다
새치와 동안
〇 밥통
닥터 하우스의 소거법
코로나와 천혜향
생각이 너무 많아 미안합니다만…
새로운 추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불쌍하지 않아요
〇 여기는 그곳이 아니다
최소한 나도 양심은 있으니까
10만 개의 구름방울
이제 곧 여름
다섯 번째 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역량껏,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이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픈 게 좋은 사람, 힘든 게 좋은 사람이 정말 있긴 할까. 이미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서로에게 ‘노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의미한 일인지, 이제는 나도 좀 알 것 같다. 안 그래도 아픈데 이게 다 네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아픈 거고, 안 그래도 힘든데 네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힘든 거라니. 노력. 그 말이 주는 무력감, 자괴감, 그리고 상처를 안다. 그래서 나는 희귀병 진단을 받고도 기뻤고,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 이 긴 글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는 게 참, 힘들죠?
하지만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_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중에서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나만 힘든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나만 힘든 사람들은 또한 대부분, 자연스럽게 그다음 순서인 “그래도 너는…”이란 말로 넘어갔다. ‘그래도 너는,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니까 얼마나 편해. 그래도 너는, 회사도 안 다니고 자유롭게 일하니 얼마나 좋아. 아파도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랑 똑같니’ 화제를 돌려볼까 영화 얘기를 꺼내도, ‘그래도 너는, 영화 볼 시간도 있어 좋겠다.’ 괜히 식물 얘기를 꺼내도, ‘그래도 너는, 여유가 되니까 화분도 들여놓고 그렇지.’ 그래도 너는, 그래도 너는, 그래도 너는….
타인의 삶에선 장점만 쏙쏙 뽑아내는 그 탁월한 재능이, 자신의 삶에선 급격히 빛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늘 신기했다.
_ ‘나도 그래, 그래도 너는…’ 중에서
그런데 나는 사실, 욕심이 없는 게 아니다. 욕망의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다. 내 욕망의 사이즈가 유난히 작아서, 여기 조금 뒷줄에 서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자리에서나 주인공이 되어 대화를 이끌어가고 싶은 욕망보다는, 조용히 듣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할 뿐이다. 누가 날 알아봐 주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그들을 관찰하는 쪽이 더 즐거울 뿐이다. 유려한 말과 뛰어난 재기로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쪽보다는, 작은 내 방에서 긁적거린 소박한 몇 줄의 글로 손을 내미는 게 그나마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또한 그렇게 내 자리에서, 내 몫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나처럼 조금 다른 형태의 욕망을 가진 사람들도, 그 욕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_ ‘타나카군은 항상 나른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