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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412053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새벽마다 떠 놓는 한 사발의 정화수
국수와 부시개
옥님이 어릴 적
조앙신 삼시랑신
천변 풍경 1
−오리와 망원경
−가난한 사람들
2부 꿀을 따서 쌀도 바꾸고 뭣도 바꾸고
무서운 외갓집
소와 벌 이야기
천변 풍경 2
−병사와 새와 꽃과
−여름밤의 손님
−야생 오리를 잡다
천변 풍경 3
−뱀 쫓은 이야기
−나무다리 건너면
3부 새까만 베르베또 치마와 양단 저고리
스물네 살, 어머니가 부른 노래
쥐 이야기 1
쥐 이야기 2
쥐 이야기 3
쥐 이야기 4
쥐 이야기 5
천변 풍경 4
−냉동 탑차와 뚱딴지
−새를 찍는 사람
−반가운 오도개
4부 나의 시도 어질고 눈 밝은 산나물 같기를
팔복동 배불뚝이 담벼락 집
취너물 뜯어 골짝 물에 설렁설렁
천변 풍경 5
천변 그 집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릴 적, 어머니가 국수를 삶을 때면 나는 그 옆을 기웃대다가 뜨거운 줄도 모르고 아직 설익은 국수를 건져 먹곤 했다. 간이 덜 빠진 짭조름한 국수 특유의 맛. 내 눈엔 지금 올이 다 빠진 오래된 소쿠리가 떠오르고, 그 안에 무슨 설운 동물처럼 타래타래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하얀 국수가 떠오른다. 삿됨이라곤 하나 없을 것 같은 순한 눈망울의 국수 타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이 특별히 고안해낸 것만 같은 귀한 선물.
─「국수와 부시개」
구이(완주 구이면) 더 가서 시라우로 피난을 갔는디, 어디 쌀이 있어야제. 이모가 쌀을 이만큼 갖다줘서 아버지 두루마기에 받아 놓고 그걸로 밥을 해 먹었제. 반찬은 하나도 없고 오매가 간장 단지에 간장을 얻어다 그걸 찍어 먹고 그ㅤㄹㅣㅆ어. 어느 날은 이모가 오매보고 화장실로 오라고 허더니, 몸땡이에 삼베 한 필을 감아 가지고 와서 주더래.
─「옥님이 어릴 적」
나는 저 물 위에 떠오르는 악몽 같은 영상들을 손으로 휘휘 저어 버린다. 그 손은 옛 기억을 끄집어내는 갈퀴손. 나도 모르게 마음의 저편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손. 그 손을 거두고 나니 다시 잔잔한 물 위로 오리가 보인다. 죽음의 물을 헤집고 다니는 천연덕스러운 오리. 그러나 오리는 울지 않는다. 오리들은 부지런히 주둥이로 햇빛을 물어다 골고루 물 위에 풀어놓는다.
─「천변 풍경 1−가난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