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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454381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 들어가며
1부 사슴의 알, 바닷게의 꼬리
측천무후가 백비(白碑)를 남긴 까닭은
인물이 머물러야 명산이다
사슴의 알, 바닷게의 꼬리
혼자 살아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도 걱정하지 않는다
이 일 저 일 떠들어대느냐?
도화꽃 핀 곳이라면 어디라도 신선세계로다
금은 불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시를 남기다
어떤 고난이든 내 기쁨의 계기로 삼는다네
연탄불도 때로는 등불이 된다
시련의 기록이 있어 그 거리는 더욱 아름답다
끝과 시작을 구별하지 말라
남의 잘못에는 추상 같지만 자기 허물에는 관대했다
지도 보며 방 안 휴가를 즐기다
2부 모서리 한켠이라도 밝힐 수 있다면
푸른 동백숲에 붉은 횃불 꽃
뱁새가 황새 걸음을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눈을 이고 있는 대나무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을 만들다
임명장이 어떻게 바위 굴까지 왔는가
가출하면서 시 한 편을 남기다
모서리 한켠이라도 밝힐 수 있다면
세상을 떠나서 따로 진리를 찾지 말라
아홉 용이 물을 뿜다
부인도 무시한 낙방자를 반겨주는 것은 강아지뿐
두물머리에서 글 읽으며 노년을 보내다
맑지도 탁하지도, 높지도 천하지도 않은 경지
술을 대신하여 차를 권하다
범종을 치면 작은 소리들은 사라지는 법
3부 책이 천 권이요, 술은 백 병이라
고관대작 무덤보다 구석의 허난설헌 묘를 찾는 까닭은
영정을 보며 생전 모습을 찾다
‘가기 싫다[不肯去]’고 버틴 곳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의 일을 모두 알다
일지매, 절제 속의 처연한 미학
종소리는 양수리를 지나가는 나그네가 듣고
나무마다 모두 상복인 흰 옷을 입었네
봄이 와도 봄이 아니구나
자기 때를 알아야 한다
책이 천 권이요, 술은 백 병이라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구나
악처로 낙인 찍히다
망가진 왕조의 흔적을 만나다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4부 맑은 물엔 수건을, 흐린 물엔 걸레를
왜 벚꽃은 피어남과 동시에 떨어지는가
더위도 마음 먹기 나름
고향 땅을 찾지 말라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다
맑은 물엔 수건을, 흐린 물엔 걸레를
필 때도 설레고, 질 때도 설레고
탱자를 귤로 바꾸다
잠 못 드는 밤에 국화를 바라보며
물 흐르니 꽃 피고
석가모니가 설산에서 나오다
따래비, 세 개의 오름이 모여 있는 곳에서
설날 아침 복을 여니 모든 것이 새롭구나
눈인지 매화인지 구별할 수 없으니
화장, 동쪽에서 바르고 서쪽에서 칠하는 것
먼 나라의 고통이 나와 무관치 않은 까닭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익명은 곧 은둔과도 연결된다. 산에 숨는 것도 은둔이 되겠지만 도시에 숨는 것이 어찌 보면 더 철저한, 제대로 된 은둔이 될 수도 있겠다. 쫓기는 자가 시장통으로 달려와 사람들 속에 숨는 것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 살면서 끝까지 서로 모르는 척 할 수만 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은둔처를 제공하는 셈이다.
_ (「혼자 살아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도 걱정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세상의 갖가지 일을 ‘나귀 일[驢事] 말 일[馬事]’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짐승이 당나귀와 말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이라면 ‘개 일[犬事] 소 일[牛事]’이라고 했으려나. 광장에 수십만 대중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더라도 각자 셈법을 따르기 마련이다. 한편에서 옳고 그름[是非] 때문에 나섰는데, 다른 한쪽에선 손익 계산법에 따라 끼어들기를 하기 때문이다. 시비를 가리기도 전에 손익 문제가 겹쳐지니 세상은 늘 시끄럽다.
_ (「이 일 저 일 떠들어대느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할 능력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합쳐진 것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래도 한마디 보탤 수는 있다. 거기에는 시간적인 요소도 포함된다고. 찰나에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이라고.
_ (「첫사랑을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