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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474068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4-07-1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12
여전히 장래희망은 • 21
어린 날의 허기증 • 29
시인이 되고 싶었다 • 41
짧고 옅은 비 • 53
연중무휴 • 63
계산할 줄 모르는 마음 • 79
성수와 을지로 사이 • 91
나를 찾던 어제의 목소리들에게 • 104
미소와 위스키 • 115
말라비틀어진 새우깡과 다래끼 • 131
무엇이 되지 않은 것들 • 141
경주는 끝나지 않았다 • 151
지칠지라도, 수행자 • 169
오래 기다렸어, 나의 미래 친구 • 185
슈톨렌 한 덩이와 편지 • 195
글을 쓴다면서 그런 말을 • 207
함께 살아갈 고통 • 219
마이너 꼴찌가 될 줄은 몰랐는데요 • 23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늘 무언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밤마다 물렁한 침대에 누워 바라보던 낮은 천장, 그 위로 희미하게 발광하던 야광 별이 더는 위로가 되지 않을 때면 두 눈을 꼭 감고 무엇이든 되어야 했다. 그 시절의 나에게 현실은 자주 서글펐고 이따금 잔인했으므로 어디론가 도망쳐야 했다. 작고 어렸던 나에게 가장 빠르고 낭만적인 도피는 무언가가 되는 상상이었다. 그리하여 장래희망이 아닌 장래희망‘들’로 비좁던 네모칸에는 꿈과 희망의 반짝거림보다도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잊기 위한 필사의 바람들이 채워졌다.
─ ‘여전히 장래희망은’ 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긴 시간 동안 내가 너무 일찍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일찍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그 일을 생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되면서, 조금 더 서성이고 한눈을 팔며 젊음을 젊음답게 보낼 틈을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 ‘성수와 을지로 사이’ 중에서
만 원짜리 책 한 권을 팔면 남는 칠천 원은 나의 모든 소비의 기준이 되었다. 커피를 마시고 국밥을 비울 때마다 몇 권의 책을 팔아야 하는지 따지다가 체하기도 일쑤였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계속 썼다. 가난한 시절에는 가난을 재료 삼아 쓰며 가난한 문장들이 희미해질 날을 기다렸고 뜻밖의 풍요가 찾아오면 야금야금 아끼고 아껴 오래 머금기 위해 썼다.
─ ‘어린 날의 허기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