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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93480151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4-06-25
책 소개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브뤼셀의 한 가족
부록
파자마 인터뷰
옮긴이의 글
샹탈 아케르만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리고 나는 다시 브뤼셀의 거의 텅 빈 넓은 아파트를 바라본다. 통상 가운을 입고 있는 여자 한 명만 있는 그곳을. 얼마 전에 남편을 잃은 여자.
이상한 건 그녀가 가끔 외출을 하고, 길을 걷고, 트램을 기다리는데도 이 여자가 밖에 있는 걸 내가 못 본다는 거다.
내가 그녀를 볼 때면 그녀는 주로 통화를 하면서 텔레비전 앞 소파에 누워 있는데, 때로는 그 앞에 신문이 놓여 있기도 하다. 전화 통화를 할 때 그녀의 목소리는 크고 쾌활한데, 그 쾌활함은 종종 꾸민 듯 들리지만 가끔은 진짜 같기도 하다.
멀리서 사는 그녀의 사촌에게 연락하는 건 메닐몽탕에 사는 딸뿐이다. 딸은 여행 중에 그곳에 가기도 하는데, 돌아와서 소식을 전해 주곤 한다. 그녀의 사촌도 먼 곳에 사는 가까운 가족에 속한다. 메닐몽탕에 사는 딸 덕분에 그녀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그렇게 모종의 연락을 유지하지만, 거기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만약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그녀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모든 것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데 능한데, 적어도 그러려고 애쓰고, 애쓰는 건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그 바람에 그녀는 항상 아주 피곤하다. 만약 그녀가 생각해야 할 모든 것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거기에 너무 전념하는 바람에 더 이상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는 건 물론 통화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걸 떠올릴 때면 이건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다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그게 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