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 ISBN : 9791193598009
· 쪽수 : 391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꽃 그림을 그리느니 붓을 놓겠다
평창동 사는 가난한 화가
시장에 반反하다?상품이 아니니까 안 팔려도 좋아요
공장형 미술 반대!
권위주의와 맞짱 뜬 파이터
2부 사건의 나날들, 사건의 조직자
제1호, 그 이름의 무게?전위영화, 누드영화, 보디페인팅
편지는 유물이 될 것이다?〈매스미디어의 유물〉
단단히 미친 짓?〈현상에서 흔적으로: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
파괴와 소멸, 변주와 창조?〈현상에서 흔적으로〉
찢어진 콘돔, 육교에 매단 풍선
제4집단?전위미술의 정점과 좌절
3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통의 부정이 단절은 아니다?형식의 파괴, 형식의 탄생
새로운 실험의 나날들(1)?설치, 비디오 아트, 복제되지 않는 판화
새로운 실험의 나날들(2)?회화성의 거부
음악, 시, 연극, 춤과 놀다
‘있음’과 ‘없음’은 더불어 존재한다(1)?뉴욕에서 발견한 음과 양
‘있음’과 ‘없음’은 더불어 존재한다(2)?3분할 화면의 시도
평면과 입체의 결합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불가사의한 세계? 다시 한국에서
나가며
부록 김구림+김종길 대담
김구림 연보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52년 전, 앙상한 상반신에 깊게 팬 쇄골을 드러내며 흰 팬티만 걸치곤 좌선의 퍼포먼스를 벌이는 저 사내에게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존감과 세상을 향한 투쟁의 기운을 느낀다. 그 자존감과 투쟁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캔버스를, 미술관을, 갤러리를 벗어난 미술은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이다. 주류 화단은 해프닝이나 퍼포먼스를 배척했다. ‘환쟁이’란 말이 남아 있던 시절, 대중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미술은 벽에 걸린 ‘부착물’이자 ‘장식물’이어야 했다. 가부좌를 튼 저곳은 당대의 집회 현장 같다. 풍경화나 단색조의 추상화만 미술로 대접받던 시절, 김구림은 ‘캔버스 밖’에서 비쩍 마른 온몸을 들이밀고 새로운 미술이 “지금 여기 한국에도 있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광대나 미친놈이라는 조롱과 비아냥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작가들이 변모하고 싶어도 쌓아 올린 게 무너질까 겁내며 하던 거로 그냥 가요. 저는 겁 안 나요. 전 쉽게 못 갑니다. 내일 굶어 개골창에 처박혀도 작품만은 내 양심대로,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겁니다.” 2010년 1월 나와의 첫 인터뷰 때 한 말이다. 그는 종종 흥분한 어조로 이 소신을 밝히곤 했다. 변화와 변모에 관한 강한 소신은 ‘잘 안 팔리는 작가’나 상업 화랑의 홀대와도 울분과도 관련되어 있다.
〈현상에서 흔적으로〉도 미친 짓으로 보였다. 이번에는 ‘단단히’ 미친 짓으로 보였다는 게 이전 반응과 달랐다. 이 기사의 부제는 “전위화가 김구림은 정상인가?”였다. 기자는 “실례지만 당신의 정신 상태는 건전한가? 혹시 주위에서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는 안 듣는가?”라고 물었다. 김구림은 이렇게 답했다. “미친 사람이 볼 때는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들이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누가 미쳤는가 하는 개념은 참으로 애매할 수밖에 없다. 시대를 앞서는 사람은 항상 우둔한 군중에게 미친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김구림은 이 인터뷰에서 관객은 화폭을 바라보거나 조각의 주위를 도는 게 아니라, 하나의 분위기나 환경 속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에 전적으로 반응한다는 취지로 작품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