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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93790984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5-03-31
책 소개
한 편의 시가 지닌 뉘앙스를 감별하고 그 층위를 더듬어보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가와 문학작품들을 탐색해 보면서 우리 문학의 안과 밖을 살펴보는 문학수첩 ‘한국현대문학총서’ 열아홉 번째 책 『풍경의 뉘앙스』가 출간되었다. 1997년 『월간문학』 신인상,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한 이래 지금까지 교단에서 미래의 시인들을 길러내고 여러 문예지에 힘을 보태온 김병호 시인의 세 번째 평론집이다. 김병호 시인은 이 책에서 2000년대 이후 발표된 우리 시에 나타난 ‘결’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살피면서, 한 편의 시가 가지고 있는 뉘앙스를 감별하고 그것들이 지닌 층위를 더듬어보고자 한다. 이는 우리 시대 시의 공시적 지평을 가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경험적 감각만으론 도달할 수 없는 저 너머 세계에 대한 시인들의 탐구
보편적 대상을 바라보는 깊고 참신하고 특별한 시선들
1부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시적 원형구조’에서 저자는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작품들을 통해 시인들의 시적 상상력과 원형구조를 살핀다. 저자는 프랑스 신화학자 뤼시앵 보이아가 제시한 ‘초월적 인식’, ‘이타성’, ‘통일성’, ‘영혼과 내세’, ‘탈주’ 등 다섯 개의 원형구조를 기준으로 삼아 이재훈, 김민정, 황병승, 김중일, 조동범의 시를 예시로 들면서 2000년대 시인들의 상상력 세계에 접근하고자 한다. 2000년대에 등단한 일군의 젊은 시인들이 새로운 문학의 주체로 부상한 시점에서 그들 상상력의 원형구조를 살피는 일은 매우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시 작품에는 개인의 차원이든 사회 공동체의 차원이든 한 편의 작품을 통해 일구어가는 상상력의 원초적 원리가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2부 ‘시의 발견, 기쁨의 자리’에서는 2010년 이후 발표된 시들을 보며, 세계를 감각하는 자세, 외면 및 내면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 현실과 욕망의 부딪침, 감각과 감정의 관계 등 이 시대 우리 시 정신을 관통하는 여러 테마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최종천, 이정록, 길상호, 윤제림의 시편들(‘삶의 무효성에 대한 고전적 응답’)에서 “서술되지 않은 공허와 공백의 의미를 추적하고 최대한 수렴”하여 “주변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삶의 무효성에 맞서 응시의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의 실감을 보여주는 미덕”을 발견하고, 권대웅, 박소란, 유종인, 문정영의 시(‘풍경의 뉘앙스와 표정’)에서 삶에 대한 낭만적 환상이나 욕망의 매개가 아닌 “현실에 대한 어떤 생산적 의미나 항체를 방출하는 공간으로 재창조”된 자연을 본다. 이 세계와 자신을 규정하는 근본적 구조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일상의 현실 속에서 이 세계 내부의 존재적 관계를 의심”하는 시인 특유의 모습을 변종태, 이윤학, 문성해의 시(‘해명할 수 없는 어떤 본래의 삶’)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내부와 외부를 향하는 시인들의 탐구를 통해 독자는 시인들의 감각과 체험을 경험하고, 세계가 하나로 본질적으로 통합되는 과정과도 조응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학적 여정은 어떤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된다.
3부 ‘당선 시로 배우는 시의 기술’에서는 시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 쓰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신춘문예와 주요 문예지의 당선 작품을 통해 시를 배우는 공격적이면서 노골적인 글쓰기를 시도한다. 시인으로서의 첫 작품인 당선작에는 심사위원들이 검증한 가치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수련법과 그들만의 고유한 기술이 날것으로 들어 있다. 이 글에서 저자는 심사위원들이 요구하는 ‘개성’은 무엇을 말하는지, 시에서의 ‘새로움’이란 얼마만큼 새로워야 하는지, 심사위원들이 신인의 작품을 볼 때 조화나 완결성보다는 힘찬 문장이나 자신감, 즉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시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준다.
‘발명과 발견을 위한 발상의 기술’에서는 씨앗에서 발아하듯 시가 탄생하는 과정을 김복희, 이제니, 오경은, 윤진화 시인의 당선작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피고, 마지막 글인 ‘이미지를 위한 기술’에서는 ‘이미지’의 개념을 짚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김민철, 김진규 시인의 등단작을 읽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 너머까지 바라볼 수 있는, 혹은 바라보게 만드는 이미지의 힘이 시인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목차
머리말
1부.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시적 원형구조
2부. 시의 발견, 기쁨의 자리
관계의 합치, 어울림의 감각 _정병근, 박형권, 유종인, 김유선
중년의 불안한 이중성 _전동균, 정병근, 장무령
삶의 무효성에 대한 고전적 응답 _최종천, 이정록, 길상호, 윤제림
풍경의 뉘앙스와 표정 _권대웅, 박소란, 유종인, 문정영
도시의 갈망 _전동균, 임동확, 안숭범, 조미희
해명할 수 없는 어떤 본래의 삶 _변종태, 이윤학, 문성해
유예된 관계의 시학 _천수호, 전원책, 장석남, 김경주, 전동균, 길상호
감각과 기억, 그리고 감정의 관계 _신달자, 오현정, 박성우, 문성해, 조용미, 허연
풍경의 조작 _최문자, 박철, 이상국, 임경묵, 황인찬
긴장으로 발현되는 시적 계기 _조용미, 조은길, 하린, 심상옥, 박완호, 황수아
초월의 또 다른 표정 _천서봉, 이인서, 박은형, 김경후, 오성인, 조정인
변두리적 삶에 대한 내파(內波) _최영철, 심재휘, 최문자, 황인숙, 조옥엽, 안희연
지속의 순간들 _박남희, 조용미, 김경후, 백인덕, 김관용, 전동균
익명성과 보편성의 관계 _원동우, 안정옥, 조성국, 이용헌, 조미희, 송재학
시인의 욕망 사용법 _감태준, 신혜정, 이진희, 최금진
정서의 파문 _김륭, 권오영, 이만영, 강연우
서정의 환경들 _이승희, 배한봉, 강인한, 임경묵
서정시의 능동성 _문성해, 문신, 이재연, 장만호
3부. 당선 시로 배우는 시의 기술
시작을 위한 준비 기술
발명과 발견을 위한 발상의 기술
이미지를 위한 기술
저자소개
책속에서
장르는 문자적 질량 아래에 감춰져 있는 의미의 외연과 내포를 동시에 거느리는 행위의 일종이다. 특히 시라는 장르는 시인이 이러한 언어의 이중적 작용을 통해 언어의 질량을 삶의 질량으로 치환하는 매력적 행위다. 위 작품에는 조정인 시인만의 고유한 시 쓰기 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모든 시인이 자신만의 방식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개성을 지니고, 얼마만큼의 변별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차원의 것이 된다.
경험적 감각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저 너머의 세계에 대한 시인들의 탐구를 통해 우리는 시인들의 감각과 체험을 경험하고, 세계가 하나로 본질적으로 통합되는 과정과도 조응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학적 여정은 어떤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된다. 현실과 내면의 초월 자체가 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초월을 향하는 견고한 입장이 비로소 한 편의 시가 된다.
시인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보편적 대상에 깊고 참신한, 자신만의 특별한 발상으로 접근하여, 시적 대상에 드리운 친숙함을 무너뜨리고 이전에 없던 낯선 방식으로 자신의 절박함을 드러낼 때 진정한 개성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