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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4096573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6-03-2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저자의 말_ 수학이 인류에게 무슨 득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피어 있으면 그뿐!”
제1부_ 수학을 배우고 즐기는 삶
발견의 황홀한 기쁨 ∣ 정서가 깊을수록 경지가 넓어진다 ∣ 운명처럼 수학을 만나다 ∣ 수학의 발견, 그 찬란한 순간 ∣ 소리굽쇠가 공명하듯 교감하다 ∣ 지력을 단련하는 방법 ∣ 세 가지 직관에 관하여 ∣ 학문을 즐기는 경지 ∣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학 ∣ 수학은 어학이 아니다 ∣ 계산도 이론도 없는 수학의 세계 ∣ 수학의 본질은 조화에 있다 ∣ 흉터는 나무의 일부가 된다 ∣ 원형은 생명의 불꽃으로 이루어진다 ∣ 어른이 되어 나비를 잡지 않는 이유 ∣ 책 읽기는 생각의 씨앗 뿌리기
제2부_ 학문의 중심은 정서다
교육에서 ‘시간이 걸린다’라는 말의 의미 ∣ 학문의 중심은 정서다 ∣ ‘수학적 자연’을 창조하는 도구, 정서 ∣ 도덕의 근본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 ∣ 자기 머리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키워라 ∣ 표정 변화가 위기의 조짐인 이유 ∣ ‘암중모색’을 통해 스스로 깨치기 ∣ 대자연이 인간의 아이를 키우는 방법
제3부_ 내가 사랑하는 예술
수학자와 화가의 차이 ∣ 예술은 ‘음(音)’을 의심하지 않는다 ∣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들 ∣ 여성의 정서를 깊이 이해한 문학가들 ∣ 금의 시대, 은의 시대, 동의 시대 ∣ 예술과 물리학의 경계 ∣ 입자형 인간 vs. 파동형 인간 ∣ 내 삶에 영향을 끼친 스승과 벗들
해제_ ‘정서’를 중시한 천재 수학자 오카 기요시의 학문과 인생
리뷰
책속에서
식사를 마친 뒤, 연구실에서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생각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모이는 느낌이 들더니 점점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 반 정도 시간이 흐르자, 어디를 어떻게 손을 대야 좋을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두 시간 반이라고는 해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대상이 확연히 떠오르는 데는 놀라우리만치 적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말할 수 없이 기뻐서 내 생각이 맞는지 그른지 의심하지도 따져보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도 휙휙 바뀌는 차창 밖 풍경만 무심히 바라보았다. 한껏 고무된 나머지 수학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품지 않은 채로 앉아 있었다.
발견의 기쁨이었다! 그 전에도, 후에도 발견의 기쁨을 맛본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커다란 기쁨을 느끼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듬해부터 ‘다변수 해석함수론’이라는 표제를 사용하여 2년에 한 번꼴로 다섯 차례에 걸쳐 논문을 발표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몰입 상태에서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업이었다.
몰입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난생처음 가는 길을 걷듯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계속 진행하기. 거기에 더해 졸음만 쏟아지는 일종의 방심 상태에 놓여 있기. 이 두 가지가 ‘발견’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듬해에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 입시에 한 번 실패 한 뒤였다. 로그(대수)를 배운 것은 2학년 때였다. 학기말시험에서 두 문제를 겨우 맞혔다. 총 다섯 문제가 출제되었다. 나는 가장 어려워 보이는 문제를 먼저 푸는 버릇이 있었다. 그 바람에 1학기에 배웠던 풀잇법이 기억나지 않아 당황한 나머지 풀 수 있는 문제까지 틀리고 말았다.
학기말시험은 더 중요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로그 영역에서 68점을 받았다. 참담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왔다. 오랫동안 끙끙 앓았다. 점수가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무심코 정원을 바라보았다. 이른 봄의 햇살이 메마른 흙을 비추고 있었다. 따뜻한 봄이 찾아온 것이었다. 햇살을 보고 있자니, 지나간 일은 훌훌 털어버리자는 마음이 솟아났다. 가슴이 벅차올랐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중학교 1학년 무렵의 일이었다. 밤늦게까지 식물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탓에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아침에 몸이 영 개운치 않았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책하러 나갔다. 잘 손질된 기숙사 앞 화단에 멈춰 섰다.
검은 흙을 비집고 올라온 자그마한 풀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힘이 났다. 따뜻한 햇볕을 받은 흙에서 또 어떤 풀꽃이 비집고 올라올지 궁금해졌다. 그 화단의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어느 날, 삼차방정식을 푸는데 해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스스로 궁리하여 풀이 방법을 찾아낼 좋은 기회니 말이다. 꼬박 3일을 걸려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타르탈리아 방식이 좀 더 간결하기는 하지만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에 의의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삼차방정식 풀이에 도전한 동시대 수학자는 타르탈리아 말고도 많다. 타르탈리아가 승리를 쟁취한 주인공이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문예 부흥기를 살았던 이들은 그 문제를 사람이 풀 수 없는 수준의 난제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3일 만에 새로운 방식으로 그 문제를 풀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40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수학의 조화가 한층 깊어졌기 때문이다. 수학의 조화가 깊어질수록 가능성과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희망’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므로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수학의 목표는 이 점에 있다.
수학의 조화가 깊어지면 답을 내는 속도가 서른 배 정도 빨라진다. 타르탈리아가 살던 시대보다 3단계 정도 깊어진 듯하다. 당시 사람들은 30배의 3승, 즉 2만 7,000배나 더 오래 걸린 셈이다. 3일의 2만 7,000배라고 하면 약 222년이다. 타르탈리아가 그 문제를 푸는 데 그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 삼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수학자들이 할애한 시간을 모두 합치면 그 정도라는 의미다.
덧붙여서, 타르탈리아 이후 사차방정식은 문제없이 넘어갔다. 오차방정식에서 다시 정체를 겪었고, 많은 천재 수학자가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아벨이 대수적 사고를 적용하여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증명하기까지 헛된 노력만 한 셈이다.
푸앵카레가 쓴 『과학과 가설(La Science et l’Hypothese)』(1902)을 추천하고 싶다. 수학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지력(智力)이 무엇인지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