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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종교일반 > 종교철학
· ISBN : 9791194216353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6-02-09
책 소개
20세기 유대 사상과 종교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의 사유를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만날 수 있는 《하시디즘》이 한국어로 출간됐다. 이 책은 18세기 동유럽 유대교 신비주의 운동인 하시디즘 전통 속에서 구전되어 온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부버가 직접 선별한 100편을 엮은 작품으로, 신앙을 교리나 이론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되살려낸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하시디즘’은 히브리어로 ‘경건한 사람’을 뜻하는 ‘하시드’에서 비롯된 말로,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아내고자 했던 대중적 신앙 운동이다. 하시딤이 전승해 온 짧은 이야기들은 하나님 사랑, 인간 사랑, 겸손과 기쁨, 회개와 신뢰, 공동체의 고난과 희망을 담담하면서도 선명하게 그려낸다. 부버는 이 이야기들이야말로 하시디즘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잘 체현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책의 역사적 배경 또한 각별하다. 《하시디즘 이야기》는 나치 정권이 집권하던 1930년대 독일에서 기획된 ‘정신적 저항’의 산물이다. 부버는 직접적인 정치적 언설 대신,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새로운 미드라시’의 방식으로 인간의 존엄과 신앙의 불꽃을 지키고자 했다. 하시디즘 이야기는 박해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신앙과 인간성의 가능성을 은밀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한다.
부버에게 신앙은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라,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신뢰’였다. 하시딤은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항의하고 질문하며 관계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긴장과 대화, 사랑에 기초한 저항의 태도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신앙은 현실을 회피하는 위안이 아니라, 오히려 냉정한 현실을 견디고 맞서는 힘이라는 메시지가 곳곳에 배어 있다.
“하나의 빛이 타오르기 시작하면, 그 불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_“옮긴이의 말”에서
옮긴이는, 이 책이 단지 유대교의 한 분파를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부버의 관심은 하시디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감추어져 있으나 세상 밖으로 나와야 했던 ‘불꽃’이었다. 그것은 모든 인간과 사물 안에 깃든 거룩함에 대한 감각, 하나님을 통해 이 세상을 사랑하려는 태도였다. 번역자는 현대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종교 형태와 구별하면서, 부버가 하시디즘 이야기를 통해 열어 보이고자 했던 보편적 인간성의 가능성을 오늘의 독자에게 묻는다.
《마르틴 부버: 신념과 저항의 삶》(2019)의 저자이자 이 책의 편집자인 폴 멘데스-플로어(1941-2024)는 이 책을 종교·철학·문학의 경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다. 헤르만 헤세가 이 작품을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깊은 감동을 표했던 이유 역시, 이 이야기들이 특정 종교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하시디즘: 100개의 이야기》는 신앙을 가지고 있든 없든, 삶의 의미와 인간다움에 대해 질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책이다. 100개의 짧은 이야기, 백 개의 불꽃 가운데 어떤 하나는 독자의 내면에 옮겨붙어 오래도록 타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불꽃이 살아 있는 한 “당신은 거룩한 기쁨으로 이 세상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게 될 것이다.
목차
하시디즘 이야기_마르틴 부버
편집자의 글: 100개의 선택_폴 멘데스 -플로어
옮긴이의 글: 하나의 빛이 타오르기 시작하면_손성현
하나님
인간
구원
용어해설
짜디크(의인) 계보
책속에서
하시디즘 이야기들은 알레고리로 메시지를 전하는 미드라시의 방법과 잘 어울린다. 부버는 이런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 하시디즘 이야기를 선택했다. 이야기의 본래적 형태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구전의 전형적인 특징은 모든 이야기가 견고한 아포리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며, 그래서 기억하기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좋다. 또한 이런 이야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의 삶과 서사적 상상력이 스며들어 사람들의 삶과 영혼에 실존적인 토대를 확보하게 된다.
_“편집자의 글”에서
또 묻는다. 왜 하필이면 ‘하시디즘’의 이야기인가? 하시디즘은 유대교의 한 분파다. 18세기 중반 동유럽 유대인 대중에게 널리, 깊이 영향을 끼친 신비주의 운동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서, 모든 일상에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추구했던 소박하고 ‘경건한 사람들’(히브리어 ‘하시딤’, 단수는 ‘하시드’)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전파하는 것은 마르틴 버의 평생 과제였다. _“옮긴이의 글”에서
어느 날 예후디는 제자인 랍비 부넴에게 난데없이 여행을 다녀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부넴은 스승의 말에 아무런 대꾸 없이 제자 몇 명만 데리고 길을 떠났다. 하염없이 길을 가다가 한 마을에 이르렀다. 정오쯤 되어 그 마을의 주점에 들어갔다. 주점 주인은 경건한 손님들이 온 것을 기뻐하며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랍비 부넴은 주점의 방에 앉아 있었고 제자들은 왔다갔다 하면서, 그들의 식탁에 올라올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를 유심히 살폈다. 고기에 흠이 없는지, 도축업자가 누구인지, 소금은 제대로 뿌렸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있었다.
_“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