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1장
추천 서문
들어가는 말

2장
플란다스의 개
INFLUENCES: 펄프 픽션

살인의 추억
INFLUENCES: 큐어

괴물
INFLUENCES: 싸인

마더
INFLUENCES: 싸이코

설국열차
INFLUENCES: 우라사와 나오키

옥자
INFLUENCES: 공포의 보수

기생충
INFLUENCES: 하녀

단편영화와 뮤직 비디오

3장
인터뷰
: 홍경표 촬영감독 ｜ 최태영 음향감독 ｜ 양진모 편집감독
틸다 스윈튼 배우 ｜ 정재일 음악감독 ｜ 최우식 배우

맺는 말

봉준호는 영화를 통해 어둠을 마주하게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은 또한 인간성과 연민을 담고 있다. 즉,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고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에도, 우리는 얼마간의 희망과 서로에 대한 사랑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매일 울 수는 없으니까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영화의 모든 테마들이 일상에서 왔다는 점에서, 〈플란다스의 개〉를 봉준호의 이후 영화들의 청사진으로 볼 수도 있다. 윤주가 개를 산책시키는 사이 단지를 가로지르며 뒤덮는 소독 연기처럼 이후 작품에 다시 등장하는 이미지들도 있다. 〈기생충〉의 초반부에서 기택의 가족은 밖에서 소독 연기를 뿌리는 동안 ‘공짜 소독’이라며 반지하 집의 창문을 열어놓는다. 하지만 연기가 집을 메우자마자 모두 기침을 터뜨리고, 사람이 마셔서는 안 되는 약품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괴물〉(2006)에 등장하는 연기는 소독약이 아니라(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고엽제에서 따온) ‘에이전트 옐로’라는 생화학 무기지만, 연기는 비슷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가스를 마시는 사람들은 하찮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를 살포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죽거나 부작용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치 않다.
윤주와 개가 흰 연기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빼어난 비주얼을 보여준다. 미디엄 숏에서 그를 감싼 연기가 와이드 숏에서 걷힌다. 약품 연기가 마치 물 위의 동심원처럼 사라지는 가운데 윤주는 그 중심에 서 있다.
─ <플란다스의 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