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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시나리오/시나리오작법
· ISBN : 9791196076085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0-01-01
책 소개
목차
1. 서문 - 국문/영문 (필리스 나지)
2. 각본 국문
3. 각본 영문
4. 서신 - 국문/영문 (필리스 나지)
5. 해설 - 국문/영문 (이다혜)
리뷰
책속에서
80. INT. 테레즈의 아파트. 같은 날 밤.
누군가 테레즈의 문을 두드린다.
테레즈가 화장실에서 고개를 내밀고 빠르게 방을 둘러본다. 그녀는 계속 머리를 빗고 블라우스를 정돈하며 황급히 나온다. 문으로 걸어가는 와중에 빌리 홀리데이 음반을 재빠르게 베개 밑에 밀어 넣고 축음기를 켠다(레스 폴 & 메리 포드의 "Smoke Rings"가 시작된다). 그녀는 새로 깨끗하게 정돈한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문을 당겨 연다.
캐롤이다. 여행 가방이 그녀 옆에 놓여있다.
캐롤: 집주인이 열어줬어요.
캐롤이 담배에 불을 붙인다. 테레즈는 이 순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이윽고 테레즈가 여행 가방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캐롤이 한 발로 그것을 문지방 너머로 민다.
캐롤 (CONT'D): 메리 크리스마스. (잠깐 쉬고) 열어봐요.
테레즈는 몸을 굽혀 여행 가방을 연다. 안에는 새 카메라와 필름이 가득하다.
- 각본 부분
<캐롤> 각본집은 한국어와 영어 대사가 함께 수록되었는데, 한국어 부분은 의미를 통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영어 대사와 지문은 배우의 연기와 더 밀착된 글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어로 대사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영어로 읽고 한국어로 읽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대사는 글인 동시에 말이다. 시나리오는 배우의 연기가 덧입혀지기 전의 몸짓을 담고 있는데, 영화와 함께 시나리오를 보면 글과 말이 어떻게 입체적으로 살아나는지 볼 수 있다. 말이 생명을 얻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영어 대사의 경우는 더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 한국어 자막은 의미중심으로 되어있지만(또한 당연하게도 가능한 글자수를 줄여야 한다), 영어 자막은 의미와 음성을 모두 염두에 둔 결과물로 보인다.
하지만 <캐롤> 각본집에서 가장 좋은 부분, 영화와 비교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완성되는 부분은 <캐롤>의 지문이다. 이 대목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덧입고 완성되어 잊을 수 없는 장면들로 남았지만, 설령 오로지 글로만 남았다 해도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처음 테레즈와 캐롤이 만나는 순간, 테레즈의 눈으로 본 캐롤은 이렇게 묘사된다. “이 여자는 거기 유일하게 존재하는 단 한 명의 손님처럼 보인다.” 뒤에 “캐롤 에어드다.”라는 문장이 붙는다. - 해설 (이다혜 작가/씨네21 기자)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