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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95035878
· 쪽수 : 548쪽
· 출판일 : 2017-07-14
책 소개
목차
1부
습격 11 / 동물농장 23 / 선전포고 31 / 소녀 37 / 늑대 42 / 혼자 49 / 연금술사 54 / 희고 고운 손 59 / 검은 성모상 69 / 시체들 77 / 생존자 86 / 러시안 룰렛 92 / 무기밀매상 103 / 함정 114 / 유치장 126 / 이방인 135 / 불길한 예감 147 / 훈련 154 / 가족 161 / 투우사 170 / 고아원 178 / 스위스 190 / 밤손님 197 / 초경 204 / 회합 212 / 생과 사 228
2부
입국 239 / 빈 총 246 / 접선 252 / 제안 261 / 유령 267 / 두 개의 로스 페페스 278 / 추적 285 / 정(情) 295 / 희소식 313 / 미행 319 / 복수 327 / 침략자들 333 / 붕괴 344 / 악몽 358 / 서치 블록 365 / 작전 376 / 아이들 385 / 인연 394 / 작별 400 / 암호문 406 / 기회 420 / 축배 426 / 슬픈 바다 435 / 테러리스트 448 / 이타적 자살 455 / 진실과 거짓말 464 / 지옥 473 / 살의 482 / 개몰이 492 / 폐허 497 / 슬픈 열대 520
편집자의 말 528
알쓸슬잡
- 콜롬비아 마약전쟁 주요 세력 534
- 콜롬비아 마약전쟁 연보 536
- 슬픈열대 용어 사전 53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군?”
카를로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 애가 겪은 일은 마음이 아프지만 남아메리카에서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냐. 여긴 매일 그런 식으로 죽어 나자빠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순이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죽여 왔다. 그녀가 죽인 자들은 대부분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조국을 배신했거나, 그에 준하는 잘못을 저질렀거나, 순이의 임무수행을 방해했거나.
그런데 오늘 죽은 아이들은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다. 사내들은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으니 그들의 얼굴을 목격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소년들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유는 그저 유희였을 뿐이다.
“마약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 전에는 다들 죽고 죽이는 이유가 있었지. 거창하게 말하면 이념 대립이랄까. 옛날에는 게릴라들이 만날 총질을 하고 그랬거든. 서로 빨갱이네, 우익이네 하면서 말이야. 차라리 그때가 호시절이었지.”
“호시절?”
순이가 되묻자 카를로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땐 아이나 여자, 노인들은 잘 죽이지 않았거든. 돈 때문에, 약 때문에 싸우기 시작한 뒤로는 상황이 달라졌어.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죽을 수 있게 된 거지. 카르텔간의 항쟁이 끝났지만, 마약 중독자들의 손에 죽어나가는 무고한 사람들도 늘 있어왔고.”
카를로스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 이제는 자기가 왜 죽이는지,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그런 시절이 온 것 같다고.”
순이의 두 귀가 먹먹해졌다. 대전차 로켓의 발사음 때문에 순간적으로 청각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먹먹한 정적을 뚫고 미약하게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였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내는 웃음소리. 볼륨을 1에 맞춰놓고 싸구려 시트콤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보니 복면 사내들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눈 앞에 순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자신들이 만든 혼돈이 웃겨 죽겠다는 듯이.
순이가 오른쪽 눈을 파버린 사내 또한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피로 젖어있던 그의 얼굴은 이제 하얀 가루로 뒤덮여 있었다. 얼핏 보면 실성한 삐에로 같았다.
이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