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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50064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5-07-15
책 소개
목차
세 발 까마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관장님이 지닌 뜻! 옻칠회화를 세계 화단에 알리고 거기서 확고한 자기 위치를 차지하게 하려는 것이 관장의 포부였다. 그런 관장의 뜻에 굴복했다면 그 뜻을 좇아 옻칠회화에 도전해보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림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든 선에 임자를 정할 정도의 오만은 지닐 만한 그 방면의 재능을 지녔음을 은연중 나타낸 것이기도 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수나로서는 질문을 하지 않고서도 한 가지 답변을 그로부터 들은 셈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우리 때 왕은 자부심을 가질 만했지.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왕에 오른 자는 하나도 없었잖아. 간청을 받고 왕이 되었지. 하지만 요즘은 허구로 자신을 치장해 빛나는 존재로 추켜세우고 스스로 왕이 되더군. 이른바 거짓말 경쟁시대지. 광고시대야. 이 시대를 구하려면 우리 같은 왕이 다시 나와야 해. 그렇지, 세상에 실질적인 공헌을 한 자가 왕이 되어야 해. 이즘은 감성의 시대 아닌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감성 구현자가 나와 세상을 다스려야 해. 그래야 이 세상이 균형을 잡고 평화롭게 굴러갈 수 있지 않겠어. 다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가치를 구현해낸 감성 구현자여야 해. 하지만 그런 적임자가 어디 잘 있나. 철학을 곁들여야지, 감성만으로는 부족하지. 요즘 철학이 어디 있어. 철학을 짓밟고 그 위에 감성이 올라선 것 아냐. 올바른 것은 다 소멸한 세상이야. 우리들의 시대가 다시 와야 해. 그래, 맞아 우리들의 시대가 다시 와야 해.
마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현실에서 구하기 힘든 이상적인 존재인 것이다. 현실에서 구하기 힘든 어떤 것,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 아닐까. 현실에는 존재하기도 또는 존재하지 않기도 하는 어떤 것의 정체, 그 아름다움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인류는 전 역사를 바쳐온 것이 아닐까. 그림으로 또는 음악으로 또는 문장으로서. 그러나 그것의 온전한 모습을 표상하지도 그려내지도 못해 지금껏 그림이, 음악이, 문장이 유효하다 여기고 있으며, 그래서 그것들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 사는 일, 즉 먹고 입고 자는 일에는 아무 직접적 관련이 없는 그림, 음악, 문장의 정체를 진지하게 다시 검증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