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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550159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9-04-0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월-2월
#새해소망 #항구패션
#새해첫날 #원데이클래스
#잡채맛집
#한라봉 #연봉
#신구간
3월-4월
#불장난
#4.3사건
#동백꽃말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자세히보아야보인다 #고사리너도그렇다
#봄숙제 #모범생
5월-6월
#365연중무휴
#최고의만족과진한감동
#한마음친목회 #위미리삼춘들
#육지여행 #효녀코스프레
#씨위드 #꿀알바
7월-8월
#그해여름 #숲속데이트 # 아빠걱정마 #엄마는잘있어
#일편단심
#왜때문에
#SWAG #스웨그 #패셔니스타
#참깨배틀
#쇼핑중독
9월-10월
#계절이불
#속았네속았어
#양애끈 #밥도둑
#엄마미안
#바통터치
11월-12월
#PMI #플리즈모어인포메이션
#물물교환
#핵인싸
#명품백 #리미티드에디션
#겨울숙제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마니는 24시간이 모자랐다.
비 오는 날만 빼고 미깡(귤) 밭에 가서 일을 하고,
치매에 걸렸던 할머니까지…
비 오는 날만 빼고 옥상 빨랫줄엔
할머니의 천 기저귀로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집에 있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학교도 얼마 못 댕겨서 배운 것도 없고, 글도 잘 모른다며
마흔에 낳은 늦둥이랑 자주 놀아주진 못했지만
아주 가끔 비 오는 날이면, 집안일을 하시다 잠시 짬을 내어
스케치북에 꽃을 그려주셨던 오마니 모습이
어렴풋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꽃잎 네 개. 기다란 줄기. 네모난 화분.
하나같이 똑같은 꽃 그림이었는데
우연히 더 잘 그리면
“오- 이건 잘 됐다.”하며 웃고
이상하게 삐뚤빼뚤 거리면
“에- 이건 파분이다.”하며 또 웃으셨다.
며칠 동안 미싱 소리가 끊이질 않더니
나 어릴 적 스케치북에 엄마가 그려주셨던 그 꽃들이
여름 이불 네 귀퉁이에 삐뚤빼뚤 피어나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설날, 추석, 아부지 제사, 할아부지와 할무니 합제사 한 번.
제를 지낼 때마다 300g의 고사리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필요한 양은 1200g 두 근이다.
많아 보여도 대가리를 떼어내고(제주도에선 고사리 대가리를
먹지 않기 때문에), 삶고 말리면, 겨우 600g 정도 될까 말까?…
시장에서 파는 가격은 한 근에 7-8만 원 정도니까 20만 원이면
네 번의 제를 지내고도 충분히 먹고 남을 만치 살 수가 있지만,
나는 오마니가 고사리를 사는 걸 본 적이 없다.
옛말에 고사리는 아홉 번 꺾어도 아홉 번 돋아난다고 하는데
고사리를 꺾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꺾었던 곳이라도
며칠 뒤에 가면 그 자리엔 또 새 고사리가 올라와 있다.
어찌된 게 풀 뜯어 먹는 소도 고사리는 아니 먹으니 지천에 깔린
고사리는 부지런한 사람이 임자다. 허리를 최대한 구부려
고사리 키만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허리를 펴는 순간,
분명 조금 전에 찜꽁해둔 고사리가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스킬이랄 건 없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늘은 나도 엄청 많이 꺾어야지!’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어도 나는 단 한번도 오마니 보다 더 많이 꺾은 적이 없다. 오마니는 나보다 늘 서너 배는 더 꺾는다.
아무래도 오마니 허리가 꼬부랑해져서
고사리 따기에 더 유리한 신체조건이지 않나 싶다.
#자세히보아야보인다 #고사리너도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