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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5568727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5-11-15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제6부
제7부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디너는 손님들의 작은 탄성으로 시작되었다.
촛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크리스탈 글래스에 코르통 샤를마뉴가 따라지고, 모두가 묵직한 각자의 글래스를 손에 들고 향이 깊은 황금색 액체로 충분히 입 안을 축이자, 최초의 요리 푸아그라 파르페가 나왔다. 셰프 히타카 사부로는 거기에 한 조각 브리오슈와 마슈 샐러드를 살짝 곁들여 푸아그라 위에 잘게 썬 트뤼프를 뿌려 놓았다. 모두한테서 작은 탄성이 오른 것은, 그것을 한 입 떠서 입에 넣은 순간, 혀 위에서 푸아그라가 트뤼프의 향과 함께 크림처럼 녹기 시작했을 때였다.
“대단해.”
프랑스에 갈 생각이에요”
하고 쓰지 시즈오는 말했다.
“프랑스 어디로요?”
“새뮤얼 챔벌레인 씨가 피라미드라는 레스토랑을 소개해 줘서 일단 그리로 가려구요.”
“피라미드라구요!”
베인브리지는 놀람의 탄성을 올렸다. “아, 난 바보 같은 짓을 했군. 당신이 피라미드로 간다는 걸 알았다면, 햄버거나 살 걸 그랬어요.”
“왜죠?”
“뭘 먹든 간에, 일단 피라미드의 요리를 먹으면 다른 모든 음식들은 쓰레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죠.”
“당신들이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건 알지만 요리에는 가장 맛있는 순간이라는 게 있어요. 그것은 웨이터가 가져와서 눈앞에 놓았을 때예요. 요리사도 웨이터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서 만들고 날라 오는 거예요. 이 요리에 대해 생각해 봐요. 1분이 지나면 아스피크가 녹기 시작하고 브리오슈에 배어들겠죠. 3분이 지나면, 그다음은 푸아그라가 흐물흐물해져서 배어들어요. 그렇게 해서, 1분마다 본래의 요리가 아니게 되어 버리는 거예요. 맛있는 요리를 맛있게 먹을 생각이라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바로 먹지 않으면 안 돼요. 사양은 필요 없어요.”
그들은 이렇게 해서 프랑스의 거의 전 국토를 차로 돌며, 10군데의 별 세 개 레스토랑과 65군데의 별 두 개 레스토랑 전부를 들렀다. 그 사이사이에 별 한 개 레스토랑과 별이 없는 레스토랑에도 갔기 때문에 그들이 들른 레스토랑의 수는 거의 100군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