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77679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8-02-12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하산길에서
무르익음의 맛과 삶의 향기
-최종 수필가의 수필세계
제1부 폭탄주 보고서
제2부 카덴차는 없다
제3부 대단히 거만하게 사는 법
제4부 꿈을 꿔도 세월은
제5부 서서 오뎅
제6부 헌 구두
저자소개
책속에서
노인의 가슴에는 바람이 분다. 언제인들 바람이 불지 않았으리오마는 노인은 얼굴보다 가슴으로 먼저 바람을 맞는다. 육신의 영욕을 위해 끝내 붙잡고 있던 욕심쟁이 바람은 한없이 불어왔고, 이제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다 내려놓아야 하는 초탈超脫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밝고 현란했던 바람이 스쳐 지나간 자국에는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지 않겠는가. 또 바람은 무엇이든 사랑하지 않고는 지금을 버텨낼 수 없음을 알게 해준다. 마지막까지 찰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노인의 가슴에도 사랑은 바람처럼 왔다가 잠시 머물며 다시 소리 없이 사라져 갈까. 그 사랑 꽉 붙잡고 모든 것을 더더욱 사랑해야 한다. 지금 나는 사랑할 것이 너무 많다.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중에서
비우고 버리라고 한다. 노인들은 더욱 그래야 한단다. 한껏 채워져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까. 재물, 명예, 건강…. 말로는, ‘이 한갓 비누 거품 같은 것들’이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 지닌 만큼 피로에 지쳐가면서도, 더 이상 무엇을 비우라는 말이냐고 눈 흘긴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따로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며 뜀뛰는 마음이다. 도전하며 응전하는 배짱이다. 이런 의식까지도 버리라는 말은 아닐 테다. 마지막까지 달음질하듯 중단 없이 앞으로만 나가면 된다.
-<깨갱> 중에서
눈 속에 길을 걷는 것은 비웠다 채웠다 흘러넘쳤다가 다시 모조리 깡말라버리는 것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긴 정적은 생각의 갈래를 한없이 복잡하게 몰고 가는 것만 같다. 눈 내리는 하늘을 본다. 눈처럼 맑은 마음으로 단순해지고 싶다. 가슴으로도 눈발은 날리고 있다
-<눈길을 걸으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