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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844326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1-08-0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목차
한계 안에서도 사랑 넘쳤던, 태평이와 김사라 수녀
보통의 삶을 위하여, 원문이와 이현주
모두의 너, 셀라와 강동냥이 행복조합
서울시 관악구 인헌동의 이웃, 길동이와 김하연
국민대 학우입니다, 생강이와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박예진
고양이의 든든한 울타리, 크림이와 대전 거울 고양이 쉼터
가장 약한 이의 가장 큰 한 걸음, 자두와 예미숙
Bibliography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어떤 삶들》을 아껴주신 분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차가운 초겨울 바람이 부는 2015년 11월 13일. 고양이 집과 주변을 청소하고 얼굴도 보려 했던 여상한 날. 겨울을 대비해 스티로폼으로 만들어둔 집 내부를 치워주려고 몸을 숙여 들여다본 안에 무언가가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사체였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그 물체는 오래 굶은 듯 비쩍 마른 데다 기름기도 습기도 없이 굳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죽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움의 한숨과 기도가 새어나오려 할 때, 그 몸이, 움직였다. 아주 조금이지만 움직였다. 숨마저 참고 바라보니 배가 힘겹고 무겁게 미약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한계 안에서도 사랑 넘쳤던, 태평이와 김사라 수녀>
‘누군가 하겠지.’
당시 현주 씨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다. 다들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면서도 엄두를 못 낸 채 그 ‘누군가’를 기다리며 고양이를 살폈다. 오늘은 그곳에 없기를, 내일은 누군가 나서주기를……. 그 고양이는 그렇게 한 달 정도 더 그곳에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치료를 더 미룰 수 없겠다고 생각할 때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은 비슷했다. 차이는 결행의 여부이며, 오로지 행동만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직접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보통의 삶을 위하여, 원문이와 이현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큰 변화를 3번이나 겪어야 했지만 셀라는 강동구의 새 쉼터에 도착하는 순간 마치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것임을 알기라도 한 듯 안정되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먼저 사람에게 다가와 몸을 문지른 적 없던 셀라가 지쳐 앉아 있는 봉사자에게 먼저 다가와 등을 잠시 기대고 비비며 온기를 나누고 냄새를 묻혔다. 밥 주고 화장실 치워주는 존재로는 인정했지만, 애착할 대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던 지난 몇 달을 감안해본다면 놀라운 일이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일시적인 일이기는 했다. 셀라는 그런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셀라는 무드, 망고와 머리와 몸을 기대고 잠을 잤다.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분명 무섭고 우울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쉼터를 어떻게 셋이서 장악할지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모두의 너, 셀라와 강동냥이 행복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