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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때때로 나는

잠시, 때때로 나는

윤인환 (지은이)
이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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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때때로 나는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잠시, 때때로 나는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5868407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6-09-26

목차

1 별똥별 이야기
상사화相思花 13
그래도 걷자 14
다음 15
노을 활용법 16
비움 17
밤에 대한 소고小考 18
제비꽃 당신 20
동백꽃 지던 날 21
위력 22
돌이 되기 위한 연습 23
별똥별 이야기 24
신 가계도 25
그래, 그래 26
그대와 가고 싶은 길 28
잠시, 때때로 나는 30
느티나무 아래서 32
원초적 사랑 33
우문현답愚問賢答 34

2 가장 따뜻한 햇볕
입춘立春 37
음각陰刻 38
사랑밭 40
막걸리 41
밥 먹는 법 42
텅 빈 날 44
별 바라보기 45
독도 46
바다와 섬 48
돌의 말, 돌의 발 49
세마 가을꽃 50
보길도 가는 길 51
귀향유서歸鄕遺書 52
시고, 詩고 53
꽝 놀이터 54
넝쿨손 55
허수아비 56
가장 따뜻한 햇볕 57
하루 58

3 굳은살
벚꽃 63
아름다운 이유 64
파도 65
나는? 너는? 66
땅밥 68
굳은살 69
깎두기 70
우울증 72
그녀 74
피타고라스의 정리 76
당신 77
껍데기 78
옷걸이 79
햇새 80
깔깔한 후식後食 81
노을 속에서 82
쯧, 쯧. 83
소망 84

4 등불 하나 걸어 놓고 싶은 밤
무엇이 될까 89
꽃밭에서 90
바람 91
등불 하나 걸어 놓고 싶은 밤 92
연못에서 94
12월의 달력 95
자화상 96
황구지천 연가 97
살고 지고 살고 지는 98
도라지 꽃 99
제부도 100
파꽃 101
살다보니 눈물이 이토록 고마운 줄 몰랐습니다 102
부재의 서書 104
아침의 노래 106
문자 쓰기 107
성성惺聲 108
초승달 110
삶의 위헌대상 111

저자소개

윤인환 (지은이)    정보 더보기
- 문학사랑' 詩 부문 등단 - 시흥문학상 운영위원(역임) - 화성예총 감사(역임) - 화성문인협회 회장(제9대 역임) - 한국문학작가연합 회장(역임) - 인터넷문학상 수상 - 화성문인협회 감사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1시집 『길을 걸으라 길 위에 서 보라』 2시집 『잠시, 때때로 나는』 - 동인시집 『각시수련의 하얀사랑』 『詩꾼』 외 다수 - e-mail: ystar0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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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상사화(相思花)

너는 어이하여
바람을 데불고 살고
나는 어이하여 바람을 맞고 사는가
꽃이 필 때면 꽃을 보러 가고
연초록 숲길을 찾아도 갔지만
네가 가는 그 길이 어디인지
네가 사는 그 집을 아직도 모른다
우리의 하루가 구름인 듯 지나가는 것이라면
심각하게만 살 이유도 그리 많지 않은데
푸른 눈이 있어도 너를 못 보는 나는
너의 그리움을 먹고 살고
벌 나비와 노닐어도 나를 못 보는 너도
그저 그리움만 먹고 사니
지나는 바람에게 물어나 볼까
허공만 흔드는 저 춤사위
애잔한 저 걸음들
아!
어찌할거나

그래도, 걷자

2014년 4월의 세월호 따라
눈물마저 수장돼선 안 된다

툭,
끊어질 듯 이어지는 숨 막힘

뚝,
부러질 듯 휘청거리는 다리

그래도 걷자

그래도, 걷자

다음

병점역에서 숨 가쁘게 올라탄 전동차 안은 늘 비좁다
일상처럼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습관처럼 타고 약속인 듯 다음 역에 내린다
제 갈 길로 가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문 닫기 바쁘게 앞으로만 달리다간 예정된 다음의 다음은 그 다음을 위해 영원한 것일까
과연 우리들의 진정한 다음은 있기나 한 것인지 눈 감고 생각하다가 그만 내릴 역을 지나쳐 다음 역에 내리고 말았다

어둠은 점점 비틀어져 가고 빗물마저 포도 위를 뒹구는데
붉게 녹슬어 낯선 역엔 다음 역을 향해 달려가는 전동차의 그 허虛한 틈새로 뾰족한 찬바람만 과거처럼 뱅뱅 돈다
또 다른 다음의 다음 그 다음의 편안한 생을 위하여 순간의 시간을 철조망에 걸어 놓고 다음은 늘 다음을 위하여 달린다

지금은 다음이 다음을 잉태하여 다음이 태어날지라도
그 다음이 찬란한 미래와 오늘을 낳는 숙명적인 날이 곧 오리라 상상해 본다

노을 활용법

눈부신 동쪽 노을 잘라서
마누라 월남치마 하나 만들고

불타는 서쪽 노을 잘라서
베개와 이부자리 만들고

따스한 남쪽 노을 잘라서
베란다 유리창에 커튼으로 치고

영롱한 북쪽 노을 잘라서
빛바랜 천장을 도배하고

만약에,
붉은 노을도 싹둑싹둑 자를 수 있는
잘 드는 가위 하나 내 손에 있다면

그렇게 해도 죄가 안 된다면

비움

어젯밤 읽은 책 속의 한 줄
“이젠 비워라”

텅 비워야 한다는 좋은 말
온종일 머릿속을 맴맴 도는데
번듯하게 뭘 가진 게 있어야
속 시원히 비워도 볼 텐데
지금까지 가진 거라곤
중고차 한 대와 낡은 책들과
모진 세상에 대책 없이 풀어 놓은
마누라와 딸들뿐
그래도 오늘은
맑은 하늘 실컷 공짜로 봤으니
멋지게 뭔가를 비워야 할 것 같아서
용주사 경내를 몇 바퀴 돌고 돌다
해우소에서 똥 한 번 더 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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