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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12627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8-07-06
책 소개
목차
제1부 사랑을 외치다
내 시간은 당신을 향해 흐른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 마술사 | 사랑의 오해 | 스케일링 | 지나간 사랑 | 내비게이션 | 혼인의 지혜 | 여자Ⅰ| 제주도 그리고 춘천 여자Ⅱ | 홀로 배낭을 꾸리며 | 송편빚기 | 퇴근길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 코끼리의 상아처럼 둘이서 함께 가라 | 아래 어금니를 뽑았다 | 오해 | 사랑 | 집으로 가는 길 | 사랑은 변하는 것 | 오줌편지
제2부 그리움과 함께 슬픔도 당신곁에
송아지 | 흘러간 유행가 | 헤어진 그녀에게 | 낙숫물 | 담배 | 이사 | 그리움은 불온하다 | 그리움의 근원 | 부추꽃 | 여름 한낮 | 건봉사 영산제 | 마음이 고장났다 | 허무 | 바람 속에 손을 집어넣고 | 손톱을 깎습니다 |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 늦가을 서신 | 외로움
제3부 살다보면 슬며시 깨닫게 되는 것들
꽃보다 단풍 | 의문 | 우리동네 팔봉이 할아버지 | 마음의 깊이 | 바다여행 | 마음을 드론 날리자 | 혀 목탁 | 부추| 자화상 | 자작나무 | 지혜 | 좋은 사람 | 착한 여자 | 미움 | 어리석음과 지혜의 차이 | 요리사 | 칭찬 | 클린트 이스트우드 | 호흡 | 똥을 누다가
제4부 아내가 예뻐졌다
우리 동네엔 세계적 여배우 두 명이 산다 | 아내가 살쪘다 | 설거지 | 커다란 나무 그늘에 앉아 | 자존심 | 당신이 태어난 날 | 나는 당신이 제일 예쁘오 | 아내 | 최고의 선물 | 아내 표정 속엔 늘 내가 걸어 다닌다| 눈물 | 아내의 등 | 아내는 스승이다 | 마트 간 아내를 기다리며 | 시행착오 | 저녁풍경 | 아내가 예뻐졌다
제5부 나는 개아빠다
개아빠 | 우리 집 고양이 네로 | 네로의 여자친구 | 단추 | 우리 집 |막내 살구 | 모란앵무새 모모
부록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퇴근길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어쩌면 나의 하루, 당신으로부터 나와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게 내 운명이 아닌가
여겨졌었다.
때로는 먹고 산다는 게 비루하고 역겨워
당장 때려치우고 바다를 보러가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 풍파가 아무리 드세어도
당신이 식탁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집이
내게는 등대 불빛만 같아서
아무리 피곤에 절고 술에 떡이 되어도
나는 흔들리는 몸을 곧춰 부여잡고
당신에게 이렇듯 돌아가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내가 생겨나기 훨씬 이전부터
당신은 나의 낮과 밤을 몰래 키웠고
당신이 나를 낳아 키워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공상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만큼 당신이 내 근원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잖았다.
내가 언젠가 삶이란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때는
밖의 세상은 못 들어오게
겹겹이 걸어 잠가 놓은 작은 방에서
나는 당신 품에 안겨
흐득흐득 비 뿌리는 소리를 내며
한 시절 울어보고 싶다.
당신의 마른 젖을 입 가득 물고
당신이 있어주어 견딜 수 있었던
이 고단한 생애를
편히 잠재우고 싶다.
우리동네
팔봉이 할아버지
우리 동네 사람들은
감나무 집 팔봉이 할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헌신적으로
아내인 치매 걸린 할머니를
끔찍하게 위하고 아꼈다는 것을
모두 다 안다.
칠 년 동안 병간호 끝에
할머니가 죽었는데
삼일장을 치르자마자
팔봉이 할아버지는
동네 대폿집으로 달려가
분홍치마 두른 여자와 막걸리를 마시며
대놓고 희희덕거렸다.
“영감탱이, 미친거 아냐?
그토록 마누라를 애지중지하더니만
속은 빨리 죽기를 바랐던거 아냐?
여튼간 사내들이란 늙어서도 주책이네!”
하고 동네 사람들 너 나 할 것 없이
쑤군덕거렸었는데,
초등학교도 못나온
팔봉이 할아버지는 이 한마디로
동네 풍문을 일시에 잠재웠다.
“마누라가 있으면 있어서 좋고
여편네가 없으면 없어서 좋고!”
삶의 위대한 스승의
일갈이셨다.
아내의 등
혼자 뭔가를 하고 있는
아내 등을 지켜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알게 모르게
내가 저 등에 기대어 살았구나 싶고
내가 저 등을 언제 안아 토닥거려줬나 싶고
아내의 앞이 아닌 뒷면이기에
지금껏 내가 참 무심하게 여긴 듯도 하다.
그러고 보면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손가락 글씨로 써내려가기에
등만한 게 없다 싶다.
조만간 나는 내 마음을 손잡고
아내 등 뒤에 서서
아내 몰래 머리 깊숙이
절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은 왜 못하나 하면
혹시라도 휙 돌아본 아내에게 들키면
여지없이 쪽팔려질 것 같아서다.
아내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멈칫
결국 은근슬쩍 거둬들이고 마는
나는 아직도 확실히
덜돼먹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