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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135546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8-08-24
책 소개
목차
제1장 초대
제2장 시선
제3장 그런 남자
제4장 영겁회귀
제5장 데드라인
제6장 자경단
제7장 리벤지
제8장 오늘도 맑음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수, 이제야 알겠어. 죽고 싶다, 는 건 숨을 쉬고 싶지 않다는 뜻이 아니란 걸 말야. 삶을 끝내고 싶은 게 아냐. 삶의 어떤 순간에 비극이 되어버린 시간을 끝내고 싶다는 간절한 의지의 표현이야. 그런 뜻에서 난 죽고 싶어, 두려움을 끝내고 싶으니까. 물론 죽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마. 내게 창년, 걸레 같은 년이라고 욕하는 그 새끼를 내버려둔 채 죽을 수는 없잖아. 내게 그런 짓을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나를 벌거벗기고 걸레라 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그래서 꿋꿋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려고 애쓰고 있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피해자가 아니라 빼앗긴 걸 받아내는 준엄한 피해자로서 살아낼 거야. 나는 기화영이니까.
수치심은 나를 죽이지만 분노는 악마를 죽여. 죽지 않기 위해, 나는 선택하겠어, 맹렬한 분노의 힘을. 내 몸은 내 것이야. 어느 누구도 내 몸을,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질 권리는 없어. 어느 누구도 나를 보고 걸레 같은 년이라 부를 권리가 없고, 걸레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면서 살기를 강요할 수도 없어. 그래서 난 이 일을 해야겠어.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에 내가 있어야 한다면, 그에게도 지옥을 선물할 수밖에. 동지수. 나 좀 도와줘. 도와, 줄 거지?
지수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대와 싸워야 하는지 실감했다. 상대는 소라넷 유저들이 아니었다. 소라넷을 모른 척하고 싶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육변기라는 단어에 치를 떨면서 될 수 있으면 그 단어에서 멀어지는 것을 안전하다고 믿는 그 마음과의 싸움이었다. 지수는 기화영을 생각했다. 무호역사거리의 이름 모를 그 여자를 생각했다.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은 진실이었다. 진실, 불편한 진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진실. 진실에 눈감는 건 쉽고, 그 대가는 참혹할 것이다. 지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건 나를 위해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