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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6181888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19-07-26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부록 신어의 원리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거리 저편에서 찢어진 포스터가 바람에 펄럭이며 ‘영사’라는 글자가 드러났다 가려졌다 했다. ‘영사’, 영사의 신성한 강령, 신어, 이중사고, 과거의 무상함……. 그는 마치 괴물들만 사는 세상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어 방향을 잃은 채 깊은 바닷속에 있는 숲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그는 혼자였다. 과거는 사멸되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내 편이 있을까? 당의 통치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리란 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것에 대한 해답이라도 들려주려는 듯, 진리부의 하얀 건물에 나붙은 세 가지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혼자였다. 텔레스크린도 없었고, 열쇠 구멍으로 엿듣는 자도 없었다. 뒤를 힐끗 돌아보거나 손으로 책장을 가리는 따위의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시원한 여름 바람이 그의 얼굴을 간질였다. 저 멀리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방 안에는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이 들렸다. 그는 안락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발은 난로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영원처럼 축복이 내리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권력을 신봉하는 성직자네. 신은 권력이지. 하지만 자네가 보기에 권력은 그저 언어일 뿐이겠지. 자네는 이제부터 권력이 무얼 의미하는지 생각해봐야 하네. 우선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은 권력은 집단적이라는 사실이네. 개인은 자신이 개인임을 포기할 때 비로소 권력을 갖게 돼. 자네, ‘자유는 굴종’이라는 당의 슬로건을 알고 있겠지. 자넨 그걸 뒤집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굴종은 자유. 혼자 있는 인간, 다시 말해 자유로운 인간은 결국은 패배당할 수밖에 없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