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제
· ISBN : 9791196314040
· 쪽수 : 175쪽
· 출판일 : 2019-04-05
책 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8쪽
진진 10쪽
정찬 38쪽
토은 70쪽
나나 102쪽
날개 128쪽
한발짝 154쪽
책속에서
진진의 이야기
내 몸은 아빠의 소유가 아니야
어렸을 때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어요. 저희 집이 엄청 가부장적인 집이었는데. 항상 오빠나 아빠는 여름에 시원하게 팬티바람으로 집에서 돌아다니는데 나는 옷을 다 갖춰 입어야 되고. 그리고 또 이해할 수 없었던 게, 제가 아토피가 있는데 다른 이유가 아니라 마치 아빠의 소유여서 내 몸을 깨끗하게 관리를 해야 되는 것 같았어요. 내 몸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어릴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너는 시집도 안 갔는데 몸에 기스가 났다" 이런 식의 얘기들. 성인이 돼서 제가 입술 피어싱을 했을 때 아빠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는 니 몸이라고 니 마음대로 하냐?" "그럼" 하하하.
강릉으로 저희끼리 물놀이하러 놀러 간 거였는데, 20명 조금 안 되는 인원이었어요. 다 짧은 반바지에 신발이나 이런 거 없이 상의 탈의 한 채로 딱 숏팬츠 정도만 입고 놀았어요. 보통 바닷가에서 남자들 수영복 바지만 입고 있는 것처럼. 그러고 다 같이 둥글게 모여서 웃통 벗은 채로 몸 풀기 체조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놀이도 하고. 너무 자연스럽고, '나는 아직 벗을 자신이 없어' 하고 오셨던 분들도 너무 편안한 분위기니까 그냥 자기도 편하게 벗고. 저는 감동적이었어요. '아 이게 이렇게 시원하구나. 바다가 이렇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구나' 이런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왜 이 좋은 것을 여자들은 느낄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거기 아무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분명히 옆에 막 고기 구워먹는 사람도 있고 그랬었는데,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잘 놀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어?' 하고 가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여자 한 명이 그러고 있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거기에서 상의탈의하고 몸을 다 드러낸 누구도 서로의 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체형, 다양한 몸을 가진 여성들이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몸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공개된 장소에서 이렇게 다양한 몸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정말 원래는 당연해야 되는 건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졌어요.
정찬의 이야기
성별도, 성별을 나누는 기준도 하나가 아니야
성별이분법이 공고하고 그에 따른 외모 규칙이 정형화된 사회이기에 대학에서도 불편함을 많이 겪게 되셨던 것 같아요. 최근에 겪은 일들도 있으신가요? 제일 크게 느끼는 곳은 공중화장실이에요. 제 신체의 성은 여성이고 저도 이것에 만족하지만, 내가 여성임을 다른 사람한테도 충분히 보여 줘야 되는 공간이 있는데, 그게 화장실인 거죠. 저는 화장도 안 하고 머리도 짧고 바지를 입고, 겨울이나 가을쯤 되면 옷을 두껍게 입잖아요. 그러면 저를 남자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안에 계시는 분이 화들짝 놀란다거나, 아니면 제가 나와서 손을 씻고 있는데 어떤 분이 들어오시다가 깜짝 놀라셔서 다시 확인하시고는 저를 힐끔힐끔 보면서 가세요. 심하신 분은 저보고 "여기 여자화장실 아니에요?" 그러면은 제가 "네 맞아요"라고 대답해야 남자인 줄 알았다고 말씀을 하신다거나. 그러면서 저를 탓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는 브라를 입는 게 제가 여성으로 보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