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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6591328
· 쪽수 : 48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우리가 외면해온 그것에 관한 이야기
1장. 지하 세계를 걷는 사람들
영국×미국
2장. 미래형 변기의 도래
일본×미국
3장. 위생운동가들이 살아가는 법
남아프리카공화국
4장. 누구의 손에 오물을 묻힐 것인가
인도
5장. 분뇨의 힘
중국
6장. 화장실은 인권이다
중국×영국
7장. 슬러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미국
8장. 새로운 배변 생활을 꿈꾸며
인도×방글라데시
9장. 가난한 도시의 비극
탄자니아×인도
10장. 우리 앞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감사의 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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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토토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광고와 마케팅뿐 아니라 ‘기지 오부츠(유사 배설물)’도 있었다. 일본 토토 직원들은 기지 오부츠가 ‘토토의 핵심 열쇠’라고 말하면서, 제조법은 기밀이지만 주재료는 된장이라고 알려줬다. 미소 된장은 치열한 변기 업계의 경쟁에서 토토가 승리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변기 수압을 시험하려면 일종의 매개 물질, 즉 매질이 필요하다. 변기 물이 내려가는 과정은 카오스에 가깝다. 내용물이 마구 소용돌이치다가 하나의 작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험 매질의 부력과 밀도가 배설물의 그것과 비슷할수록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샴파벤이라는 여성을 만났다. 그는 매일 아침 주인집까지 걸어가 양철 조각 또는 맨손으로 분변을 긁어모아 양동이에 담은 다음, 그것을 머리나 어깨에 이고서 가까운 쓰레기장으로 나른다. 샴파벤이 이 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3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신분제 때문이다. 분변 수거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거 일을 했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며, 자신의 아이들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다. […] 하지만 나와 만난 여자들은 당당했다. 쉴 새 없이 이야기했고, 적극적이었으며, 말끔했다. 나는 그들의 겉과 속 모두에서 불결함을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결코 찾아낼 수 없었다. 분변을 뜨는 데 사용하는 두 개의 양철 조각을 집으려고 몸을 숙일 때에도 그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팔찌가 반짝거리는 두 팔로 양동이를 높이 들어 올리는 모습은 심지어 고혹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똥에 대해 거부감이 가장 적은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분변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양배추 밭에 분변을 분사하던 그 농부는 인간의 배설물을 천연 비료로 써온 4000년의 전통을 실천했을 뿐이다. 마야 문명을 포함한 다른 고대 문명의 발상지들은 시간이 흐르며 토양이 피폐해 쇠락했지만, 분뇨를 비료로 사용한 중국의 토양은 4000년간의 집약 농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옥하다. 위생 전문가들은 세계를 ‘분변 혐오 문화’와 ‘분변 애호 문화’로 나눈다. 인도는 전자고(소똥은 예외다), 중국은 의심할 것 없이 후자다. 중국에서 분변은 논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변과 화장실은 1000년 이상 중국 문학의 단골 소재였다. 정부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한 서점에 들어갔을 때 나는 ‘화장실 문화’라는 분야명이 붙은 책장에 몇 단에 걸쳐 가득 들어차 있는 책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