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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722050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5-07-08
책 소개
목차
독학자 9
작가의 말 215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의 얼굴은 그 자체로 아직 내가 만나보지 않은 어떤 세계, 아직 읽지 않은 한 권의 책이었으며, 그것은 내가 일순간이나마 느꼈던, 인간의 얼굴과 인격으로 드러난 시간에 대한
생애 최초의 긍정적인 인상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너무나 멀리 있게 된다. 상상력과 영감이 마음속에서 이글거리며 불타오른다. 나는 책을 펼쳐든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밤에 책을 읽는다. 오락거리가 없으며 대중적인 문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동물을 죽이지 않고 과일과 야채를 주로 먹으며 강물 위로는 기다란 모양을 한 배가 소리도 없이 미끄러진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그곳의 밤은 길고도 길며, 달빛이 사람들의 고요한 이마로 찾아든다. 사람들의 대화는 마치 라틴어 기도문과 같이 엄숙한 문법을 준수한다. 모든 사람은 오직 생계를 위하여 필요한 만큼만 일하며 필요한 것보다 많이 가지려 하는 사람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화려한 옷이나 번쩍이는 물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종교와 신성을 존중하기는 하나, 누구도 신자가 되지는 않는다. 문학과 예술을 너무나 사랑하나 누구도 그것으로 이름을 얻기를 욕망하지 않는다.
나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짓은 하지 않겠지만, 노동이 삶의 수단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은 분명히 잊지 않을 것이다. (…) 노동은 삶과 함께 지속될 것이고 삶과 동시에 종말을 맞을 것이다. 나의 독서가 어떤 가시적인 성취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닌 오직 그 자체로서 목적인 것처럼 노동 또한 생계라는 원래 이외의 목적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