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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인
· ISBN : 9791196789213
· 쪽수 : 436쪽
책 소개
목차
관찰기를 쓰는 까닭
1부. 지친 사자 - 김근태를 만나다
김근태 키드 21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 27 외모 콤플렉스 34 김근태를 떠올리다 36 김근태여야 했다 39 노란 리본 42 김근태가 되어 글을 쓰다 44 여의도 젖먹이 46 그의 외로움과 지친 몸 48 박물관에서 나온 사내 51 까다로운 사람 54 민주당 분열과 석고대죄 56 김근태와 노무현 61 평화의 갈림길 65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다 70
2부 역시 김근태 - 원내대표 김근태
메시지 라이터 79 수행이란 이름의 고행 84 식탁 매너 87 허울뿐인 투톱의 현실 89 지각대장 92 "이 계산서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95 자발적 가난 98 '깨끗한 정치'의 시작 100 원칙과 변칙의 충돌 103 본회의장 좌석 배치를 바꾸다 106 한글 이름패 111 "긴 글은 안 되는구만" 115 "그거 합시다, 정치 개혁" 118 정치는 말로 하는 것 121 흥행을 위한 집요한 압박 123 토론하는 힘 126 미국이 판 함정 132 김근태의 사람들 139 탄핵 전야 143 탄핵 146 국민이 심판하다 149 워크숍 소동 151 민주적 시장경제론 154 <님을 위한 행진곡> 157 일본 원정에 나서다 162 분양원가 고차 방정식 168 밀월의 끝 181
3부 뜻밖의 적성 - 보건복지부 장관 김근태
통과의례 189 "존중합니다" 193 보고에서 토론으로 195 국정원 조정관 199 '감기 보험'에서 공공 보험으로 202 영리병원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 206 신종 극한직업 212 인사 혁신 로드맵 218 혁신의 기관차 221 그를 따르는 이유 226 이별 228 보건복지부 위상을 높인 첫 번째 장관 233 국민의 든든한 건강 지킴이 237 까탈스러움과 나라 체면(?) 239 노인요양보험 도입 결정 243 골프 대신 축구 246 신자유주의와의 전투 248 따뜻한 시장경제론 255 사랑합니다 260 타협의 경험은 누적된다 264 담뱃값이라는 뜨거운 감자 271 국민연금 총대 메기 274 경제 관료의 대반격 278 사직서 285 농장에서 식탁까지 288 진실이 국익, 황우석 쇼크 292 용서와 눈물 297 장관 김근태의 성적표 302
4부 맹독 - 열린우리당 당의장 김근태
복귀 인사 309 연설 트라우마 312 울림 있는 말 318 쏘지 못한 두 발의 화살 320 "우린 참 복 받은 사람들이야" 327 독배를 들다 333 거미줄에 갇힌 비대위원장 336 감각이 달라 339 사회대타협 341 평화가 밥이다 354 부동산 결자해지 362 허물어진 제방 365 우리 세력 369 목숨을 건 한미 FTA 반대 단식 372 "나를 밟고 가라" 376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380 과외 금지 384 전화 한 통 386 해산 392
5부 가지 못한 길 - 낙선거사 김근태
다시 통합 운동 397 낙선거사 399 기자가 좋아하는 정치인? 404 일요모임 407 "대장을 존경하잖아" 411 노무현 대통령과 이별하다 414 경제인간화 420
남은 이야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 서문 중에서
2009년 여름, 내가 일하는 회사 사무실 근처로 그가 찾아왔다. 그리고 '비싼 점심'을 샀다. 홍대 앞 이름난 남도 음식점이었다.
"어렵겠지만 부탁해."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내 손을 잡았다.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쓰고 싶은 주제는 '민주정부 10년, 반성과 대안'이라고 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현실 정치인으로 지내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시시콜콜한 뒷얘기 하자는 건 아니었다. 민주정부 10년, 주요 쟁점과 변곡점이라 할 만한 이슈를 돌아보며 민주개혁 세력이 다시 집권했을 때 반면교사로 삼을 자료를 남기자는 얘기였다.
함께 어림으로 목차를 꼽아 봤다. 동교동계와 갈등, 민주당 쇄신 투쟁, 후보 단일화, 양심 고백, 대북송금특검, 민주당 분당, 이라크 파병, 탄핵, 분양원가 공개 논쟁, 국민연금 안정성 논쟁, 황우석 교수 사건, 의료민영화 논쟁, 대연정 파동, 사회대타협, 개성공단 방문, 남북정상회담,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등이었다.
심중이 읽혔다. 책으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거였다. 여당 지도부 혹은 장관이라는 위치 때문에 입 밖에 내지 않은 얘기를 '이제 하고 싶다'는 거였다.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자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입장 변호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역사에 남기기'였다. 드러내지 않은 속 이야기를 '기록'해두고 싶은 거였다. 역사의 기록에 김근태의 시각도 보태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민주정부 10년 성패의 곡절을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볼 수 있다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처음은 아니었다. 그를 모시며 같은 취지의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지금은 할 수 없지만 지금 겪는 일을 나중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참여정부 5년, 속을 앓을 때마다 주문처럼 되풀이한 말이었다. 민주정부 10년, 그는 여당 속 야당이었다. 국민의 정부 때는 동교동계와 불화했고, 참여정부 때는 노무현 대통령과 불화했다. 새천년민주당 부총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의장,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지만 견제 속에 살았고, 쉼 없이 속앓이를 했다.
김근태는 깊이 생각하고, 길게 구상하며,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단어 하나 선택할 때도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한밤중 그의 말감을 준비하며 격하게 써 올린 단어는 언제나 출근 차량에서 먹줄로 그어지고, 더 부드럽고 더 또렷한 단어로 거듭났다. 놀라운 언어 경험이었다.
그는 정치 인생 내내 팔 벌려 세력을 넓히되, 그 안에서 민주화운동 세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참 재미없지만 지나고 보면 언제나 옳은 주장이었다. 세상을 뒤집는 화끈한 한판 승부보다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일보전진을 선호했다. 논쟁이 벌어질 때는 가장 재미없는 주장으로 치부됐지만, 나중에 보면 언제나 그의 주장이 옳았다.
내가 아는 한, 1983년부터 2011년까지 그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1983년에 쓴 《민주화의 길》 논설은 지금 읽어도 세월의 격차를 느끼지 못한다. 마르크스와 레닌이 세상을 평정한 시기에도, 선혈 낭자한 개혁과 난닝구라는 말 화살이 유행어처럼 날아다니던 시기에도 그는 팔 벌려 세력을 넓히되 민주개혁 세력의 주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런 그의 장점은 철없는 논객들에게 자주 조롱거리가 됐다. 그가 '대중적 인기'를 얻기 어려운 독특한 정치인으로 인식된 것도 이런 탓이 컸다. ('첫인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