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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 일반
· ISBN : 9791196874865
· 쪽수 : 76쪽
· 출판일 : 2022-04-20
책 소개
목차
발행인의 말 이정희
강요된 대소변 훈련의 결과
연구 대상과 방법론
주요 연구 결과
자신의 몸, 그리고 ‘자아’의 성숙
방광과 직장의 조절능력을 습득하는 과정
배설, 신체 구조, 그리고 성별 인식
아이들은 서로를 관찰한다
요약 및 결론
참고문헌
베를린 피클러 협회 총서
책속에서
방광과 직장을 조절하여 대소변을 가리는 것은 아이와 부모에게 커다란 도전이다. 일부 가정과 영유아 현장에서는 특정한 시점까지 아이가 기저귀를 떼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정해진 시점까지 기저귀에서 벗어나 유아용 변기를 사용하도록 여러 가지 교육과 훈련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이에게 이는 많은 학습 단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인체의 기능에 대한 갖가지 생각을 할 뿐 아니라 많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레모 라르고(Remo Largo)가 스위스에서 진행한 장기 추적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집중적인 대소변 훈련은 방광과 직장의 조절능력을 습득하는 시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대소변 훈련이라는 교육적 중재행위로 인해 아이들은 막대한 외부 간섭을 받으며, 동시에 어른들은 수많은 불필요한 갈등을 겪는다.
기저귀를 뗀 것을 두고 '깨끗하다'라고 하는 것은 아이가 괄약근을 완전히 조절하기까지는 ‘더럽다’는 것을 암시하며, 아이가 ‘바람직하지 못한 유아적 행동’에서 벗어나려면 어른의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방광이나 직장을 조절하는 일은 단순히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거나 어떤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의 정신적·사회적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난생 처음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즉시 충족시키고자 하는 본능에 따르지 않고 어른의 규범을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의 불편한 내적 긴장감을 한동안 지탱하고자 결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요구하는 시점에 아이가 유아용 변기에 배설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몸이 갖고 있는 특징을 스스로 알아갈 기회를 아이에게서 박탈하는 일이며, 일정한 성숙 단계에 도달하면 자신의 괄약근 조절을 의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에게서 박탈하는 일이다.
괄약근 조절을 둘러싸고 생긴 문제는 단순히 아이가 괄약근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조절에 서투르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것은 심리상태와 긴밀하게 연결된 관계 형성과 사회적인 행동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참고문헌 2). 피클러 연구소의 경험에 따르면, 괄약근 조절과 관련한 어른과 아이 사이의 갈등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육아를 담당하는 어른과의 관계가 원만한 아이는 전혀 훈련을 받지 않아도 이런 발달 과정을 무리 없이 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