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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경제이론/경제사상
· ISBN : 9791197022708
· 쪽수 : 282쪽
책 소개
목차
감수를 마치며: 데이터의 세기에 생각하는 데이터의 양면성
서문: 데이터 프라이버시 구하기
서장 리쿠나비 문제의 충격: 데이터에 의한 인간 선별
허락받지 못한 거래 | 번져가는 파문 | 움직이기 시작한 정부 | 위축을 넘어
1장 세계가 실험실: 데이터 자원의 쓰임새와 가치
나 VS 알고리즘: 인간 중심 사고 | GAFA 끊고 지낸 3주, 생산성이 3분의 1로: 데이터 규제 | 디지털 도시, 가동을 멈추다: 데이터 GDP | 당신의 사생활, 5천500원에 삽니다: 데이터 유통권
2장 나를 빼앗기다: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사이
풍요의 맞은편: 아이디 제휴 | 마음마저 조작한다: 맞춤형 광고 | 인공지능 의존은 어디까지: 점수화 기술 | 앙숙이 뭉치는 이유: 얼굴 인식 기술 | 진짜를 위협하는 가짜들: 딥페이크
현장 체험: 10시간 만에 본인 특정, 본가까지 털렸다
현장 체험: 내 신용도는 얼마쯤 될까
3장 채점되는 인생: 개인에게 값을 매기는 사회
디지털 빈곤층 5.4억 명: 버추얼 슬럼 | 편향된 리뷰 사회: 페이크 리뷰 | 미완성의 로봇 채용 시스템: HR 테크 | 점수를 되찾아라: 분산형 점수
현장 체험: 아마존이 짝퉁을 장려? 눈감은 인공지능
현장 체험: 독자 한 명 모집에 190원
4장 지배의 실상: 인터넷 거인들의 신독점
GAFA, BAT 이용자 수는 130억 명: 독점금지법 | 벗어날 수 없는 감시: 우월적 지위 남용 | 신독점의 일강다약 체제: 데이터 독점의 실상 | 개인정보, 공짜 점심 아니다: 데이터 가치 측정
현장 체험: 인공지능이 측정하는 미남의 기준은?
5장 혼돈 속 새로운 규칙: 디지털 패권 쟁탈전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거래한다: CBPR과 해저 케이블 | 인터넷 공간에 세금을 매기다: 디지털 과세 | 30년 전의 나를 지워줘: 잊힐 권리 | 26억 개 눈동자, 국가가 관리한다: 디지털 신분증 제도
현장 체험: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동영상에 도전하다
6장 현재와 미래를 둘러싼 논쟁: 숫자로 보는 데이터 경제의 현실
데이터 이용 어디까지 허용하나: 쿠키 | 움직이지 않는 두뇌: 인공지능 |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한 조건: 인공지능 인재 | 대학의 사이버 보안이 뚫렸다: 표적형 사이버 공격 | 자동차도 데이터로 달린다
현장 체험: 경위서부터 대출 서류까지 온갖 정보가 구글에
후기를 갈음하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옮기고 나서: 데이터 만능 시대의 희망과 절망
리뷰
책속에서
그 기묘한 데이터 판매 이야기가 처음 귀에 들어온 것은 2019년 4월 초였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리쿠나비에서 좀 희한한 걸 팔겠다고 하더군요.”
데이터를 인사에 활용한다는 주제로 취재차 찾아간 도쿄의 한 상장기업 본사 건물. 한 차례 취재를 마치고 잡담을 나누던 중 인사 담당자가 문득 입을 열었다.
“취업 준비생에 관한 데이터인데 채용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거절했습니다. 설령 합법적이라 해도 세간의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니까요.”
합법? 비판? 이 사람이 지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담당자의 편안한 표정과는 달리 이야기를 듣는 이쪽의 머릿속에는 의문만 떠올랐다. 굳이 ‘합법적’이라고 못을 박아야 하는 데이터라니 아무래도 수상쩍다. 사기만 해도 ‘세간의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라고 걱정해야 하는 데이터라는 것도 심상치 않다. 게다가 이것은 일본 유수의 대기업끼리 나눈 거래 협상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리쿠나비는 일본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대규모 취업 정보 사이트이다. 매년 80만 명 이상의 취업 준비생이 이용하는 곳으로, 리쿠르트홀딩스 산하의 리쿠르트커리어가 운영하고 있다. 리쿠르트그룹은 일본 기업 중에서도 데이터 활용 사업을 가장 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에는 ‘인재 업계의 구글’이라 불리는 미국 기업 인디드도 인수했다. 데이터의 달인인 그들이 수상쩍은 사업에 발을 담갔으리라고는 선뜻 믿기 어려웠다.
도쿄의 국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은 8월 말, 리쿠나비가 보낸 사죄 메일을 열어보고 눈을 의심했다. 거기에 적힌 “당신은 리쿠나비 DMP 플로 서비스 대상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문장과 사죄의 말을 보자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그때껏 그의 취업 활동은 좀처럼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3학년 여름에 리쿠나비를 포함해 몇 군데 취업 정보 사이트에 등록했다. 해외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업체를 중심으로 지원했지만 면접에조차 불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자신감을 잃고 대학 취업센터에 상담도 받아보았지만, 센터 직원은 “성적도 나쁘지 않고 유학 경험도 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으로서는 만나고 싶은 인재일 것”이라며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5월에는 취업과 함께 준비하던 국가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 지망 업계를 넓혀 간신히 8월에 정보기술 기업에서 채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애초에 하고 싶었던 일과 달라서’ 입사할지 말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자신의 내정사퇴율이 판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차츰 의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리쿠나비에는 ‘국가 공무원이 제1지망’이라는 프로필로 등록했다. 이 정보를 근거로 사퇴율 예측이 높게 산출되어 일반 기업 입사 전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리쿠르트가 실시하는 적성 검사를 사용하는 기업은 아예 면접까지 가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