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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085420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0-11-05
책 소개
목차
_private barking
_개와 걔
_유령 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찌그러진 차체. 산산이 부서진 유리창. 나와 가족은 죽은 개를 끌어안고 대전에서 공주로 이동했다. 평일 한낮의 도로는 한산했고 창밖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한적한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다. 죽은 개를 묻으러, 죽은 개를 묻으러, 죽은 개를 묻으러 간다. 개는 무수한 특징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특징들도 부패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개도 죽음을 생각할까, 나는 생각했다. 개를 날마다 관찰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개는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본 적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개는 사람을 보면 짖었고 음식을 보면 짖었는데 두 경우 모두 반가워서였다. 이런 것들도 개의 특징이 될 수 있을까. 개를 묻으러 가면서 본 특징 없는 풍경들도 개의 특징이 될 수 있을까. _ 「private barking」 중에서
어째서 모든 이야기는 후일담인가, 어째서 나는 저들을 이미 회상하고 있는가, 현재적 회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생각했지만, 더는 생각을 진전시키지 않았는데, 그것은 내일, 모레, 일주일 뒤, 두 달 뒤, 일 년 뒤, 십 년 뒤, 사십 년 뒤에 다시 그 순간을 회상하리라는 것을, 후일담의 후일담을 기록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자전거가 우리 중 누군가의 자전거를 들이받았고, 최선을 다해 느리게 달리고 있던, 달린다는 동사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느린 속도를 유지하고 있던 이가, 그러니까 나의 동료이자 친구인 그가, 그 애가, 세상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먼지처럼 가볍게 공중에서 떠올랐고, 역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마치 정지 상태처럼 보일 정도로 느리게 더 느리게,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하지만 내 비명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속도가 느려서, 느린 것보다 더 느려서, 내 걸음이 그에게로, 그 애에게로 달려가는 속도가 느리게 더 느리게, 한없이 느려졌고, 나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고, 꿈을 꾸는 동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처럼, 이상해진다, 이상해져, 생각하는 사이, 시간을 뛰어넘은 사람처럼 그에게, 그 애에게, 걔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짧은 순간, 내가 걔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_ 「개와 걔」 중에서
그가 사랑했던 개들은 모두 죽었다. 그가 사랑했던 개들이 모두 죽었으므로 그는 개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종결시켜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들었던 철학 교양 수업에서 이런 질문을 접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의 형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당신에게는 형이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는 생각에 잠겼지만 항상 슬리퍼를 신은 맨발로 강의실에 들어서던 강사의 질문을 그 후로도 이십여 년 동안 간혹 떠올릴 때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_ 「유령 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