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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151842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2-08-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그들 각자의 영화관
500원짜리 판권
모두 환상이거나 또 다른 현실
허삼관 놀이
GV빌런 힙합 키드
맵고 짜고 달콤한 기억들
영화가 도착했다
추구의 플롯
장벽을 허물다
망작의 미덕
별거 아니네
영화처방사의 일일
1열 관객의 마음
에필로그 - 당신의 좌석은 어디인가요?
저자소개
책속에서
손에는 노트북이 든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가장 가까운 멀티플렉스 로비에 앉아 영화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키오스크에서 예매한 표를 발권하는 사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영화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 콜라를 손에 들고 상영관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 화장실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 딱히 궁금하지 않은 풍경들. 활기와 건조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공간에서 익숙한데 어색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아, 나 영화관 안 좋아하지.
촬영소 사거리는 안다훈이 아닌 누가 봐도, 앞으로 보고 옆으로 봐도, 대충 실눈을 뜨고 봐도 실패가 예정된 자리였다. 거기서 책방을 열었으니 결과는 빤했겠지.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벌이는 일마다 기대와는 영 딴판으로 흘러가버리는 게 내 인생일지라도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다를 줄 알았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망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아무래도 내 피에는 실패의 DNA가 흐르는 것 같다며 질질 짜는 내게 안다훈은 말했다. “실패는 주인공의 이야기야.”
씨네쿤은 내가 아는 한 망한 영화를 챙겨보는 유일한 영화인이다.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독립 영화감독이자 매주 개봉 영화를 다루는 팟캐스트 <영화학개론 조별과제>의 진행자이기도 한 그의 한줄평은 눈물 쏙 빼는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 상처에 고춧가루를 팍팍 뿌리는 그의 평을 읽고 있자면 내가 다 감독을 대신해 변호하고 싶어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