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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학
· ISBN : 9791197173264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05-12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5
01 역사화된 기억과 강요된 망각
02 부역, 학살, 그리고 트라우마
03 6·25전쟁기 여성들의 곤경
04 전쟁 포로의 트라우마
05 기억되지 않는 죽음, 기억해야 할 죽음
06 강원도 북부 주민들의 분단 트라우마
07 6·25전쟁 중 탈영병
08 남은 자의 고통
09 개신교와 학살
10 천주교와 학살
11 적대 세력에 의한 희생
12 가해 트라우마
13 전쟁 중에 싹튼 인간애
14 평화지킴이 ‘진실화해평화’
15 기억 전쟁의 현장을 다녀오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트라우마 치유의 첫 단계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국가주의, 이념에 물든 공식 기억을 정화하고 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사태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볼 때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한 주체는 그가 개인이든 국가이든 피해 당사자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이다. 힘을 가진 이들이 오염되고 착색된 기억으로 피해자를 억압하는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가해자들이 기억과 해석 권한을 독점하고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방해하고 있지 않은가? 피해자들은 여전히 진실 규명의 첫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입구부터 막힌 상황이다. 그래서 누군가 대신 진실을 밝히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달리 뭐를 보태주지 않더라도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서술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다.
전쟁의 모든 경험이 기록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런 여성들의 경험은 기록은커녕 애초에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기억이다. 이런 일은 분명히 있었지만 없었던 일이다. 남성들의 역사 그것도 군인이 기록하는 전쟁사에는 도저히 기록할 수 없는 기억이다. 그래서 국가 기억, 그것도 군인들이 오랜 시간 지배한 사회에서 공인하는 국가 기억은 선택적 기억일 수밖에 없다. 국민도 그럴진대 적이나 부역자들로 간주된 이들의 기억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같은 일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비공식적인 기억들, 공식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하는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기억들을 공식 기록에 담아야 한다. 이것이 작지만 지금껏 남아 있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학살 피해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진실을 밝히며 그들의 역사를 공식 역사에 남기는 일은 유족과 그들과 연대하는 소수의 몫이다. 그들의 외침은 작고 외롭다.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이들의 목소리는 더 작아진다. 이들은 개명한 천지가 된 요즘에도 가해자들을 편들어 피해자들을 윽박지른다. 전쟁을 치른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기존의 기득권층이 전쟁 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했다. 이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