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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7225932
· 쪽수 : 243쪽
· 출판일 : 2021-05-10
책 소개
목차
자서(自序)
제1부 낚시를 창가에 드리우니
구구 마당에서 암탉을 부를 때
나는 이제 누워 있는 부처다
낚시를 창가에 드리우니
너도 한때는 등 푸른 물고기였을 터
늘 별 볼일 없는 게 먼저다
마당의 동백이 각혈을 했다
무릉도원
밥은 곧 법이다
봄밤에 시를 쓰다
속앓이 그리고 쏘가리
쑥국 또는 봄나물
열여덟 복사꽃같이
울음 속에 든 그 사람아
즐거운 달걀
하루가 쟁반이라면 나는 국수를 담겠네
제2부 그대는 자꾸 포구 얘기만 하네
개미 두 마리
그대는 자꾸 포구 얘기만 하네
나도 종종 목탁이 된다
남가일몽
너에게서 행운을 찾는다는 게 글쎄
늦은 귀거래사(歸去來辭)
마음 한 자락이 밀린다
물이 넘치면 귀나 씻어라 말해줘야겠어요
배불뚝이 국어 시간
비를 맞았거나 맞지 않았거나
쓸쓸함에 대하여
아직 내 사랑은 한 줄 천원 김밥
오늘 점심 안성탕면
이노무 자슥
지리멸렬
제3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설악
게 섰거라
금상첨화
나도 한가로이 늙어 갈 수 있을 것인가?
내 마음의 그곳
녹우당을 휘둘러 나오며
호박밭에서
마음에 점 하나 찍는다는 말
밀레의 만종처럼
봄 끝물 여름 들머리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아 이게 마지막 잎새여
어눌한 확성기
우리가 잘 아는 쇠똥구리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설악
천하에 가을이 왔다
제4부 바른손엔 달빛 한 근, 가슴엔 시 한 편
계란 한 판의 누란(累卵)
나는 붕새를 몰라
나의 채마밭은 관상용
내가 그대 생각 난 건 삼십 년 만의 하루
녹피(鹿皮)에 가로 왈
마당에 암탉을 풀어놓고
목욕탕 가는 남자
바른손엔 달빛 한 근, 가슴엔 시 한 편
봄, 풋가지 行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아비라는 말에 갑자기 목이 멘다
여기가 원두막 같지요
우리는 얼마나 작은가
저기, 저 닭 잡아라
토끼풀은 너무 심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이제 누워 있는 부처다
미륵이란 석가모니불의 제자로서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약속을 받은 뒤 도솔천에 올라가 현재 천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는 보살이다. 미륵신앙에는 현재 미륵보살이 있는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상생 신앙과 미륵보살이 속히 지상에 강림하여 어려움에 빠진 이 세상을 구원해주기를 기대하는 하생 신앙 등 두 가지가 있다.
전남 화순의 운주사에는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두 미륵불이 나란히 누워있다. 미륵불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지 56억 7천만 년 뒤에 이 땅에 내려와 수많은 중생들을 광명의 세계로 구원한다는 부처이다. 운주사의 와불(臥佛)은 자연 암반에 조각을 한 뒤 일으켜 세우려다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민중들은 누워있는 부처가 일어나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희망의 전설을 만들어내었다.
낚시를 창가에 드리우니
방금 물에서 건진 달을
척 하니 서편 창에다 걸어 두고
깨진 사금파리 별들을
그 곁에 흩뿌려
적막하니 구름이나 한 점
찰방찰방 건너게 할까?
창가에 낚시를 드리우니
동심원을 그리는
마음 하나
시간을 건너는 발자국 소리
저 큰 하늘을 다 비우는 적막
생각의 생각을 건너는 저 달은
자박자박 어딜 가시나?
낚시를 드리우니 나는
적막하고 구름이나 데리고
찰방찰방 물방울을 튕길까?
방금 물에서 건진 달을
척 하니 서편 창에다 걸어 두고
적막하니 구름이나 한 점
찰방찰방 건너게 할까?
창가에 낚시를 드리우니
깨진 사금파리 별
생각이 생각을 건너는 창가에
동심원을 건지는 적막의 소리
자박자박 어딜 가시나?
-낚시를 창가에 드리우니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은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면서 낚시에 관한 많은 시화를 남겼다. 많은 시화 속에 등장하는 낚시 그림은 어부(漁父)의 그림이다. 어부(漁父)는 세월을 낚는 사람을 의미하고 어부(漁夫)는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는 사람을 의미 한다.
이 시에 대해 채상우 시인은 이렇게 썼다.
“차경(借景)이라는 말이 있다. ?경치를 빌리다’라는 뜻인데, 우리 선조들은 건물을 지을 때 자연 풍광을 그대로 건물 안으로 끌어당겨 배치하였다고 한다. 대청마루 쪽으로 한껏 햇살을 머금은 앞산을 두거나 뒤뜰로 호젓하니 여닫이문 하나 내어 두는 일이 그런 것인데, 창문은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차경의 장치들 중 하나다. 아파트에 살다 보면 풍경이 가득한 창문이 참 그리울 때가 있다. 베란다창이 있기는 하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풍경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풍경이 아쉬워서 그렇기도 하지만 창문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는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가지가 곁을 주었다
아주 조금 휘어청 했다
나비가 장다리꽃에 앉았다
꽃빛이 잠시 환해졌다
곁을 준다는 것은
마음의 한 자락을 내 준다는 것
그만큼 내가 넓어지는 것
가지가 휘어청 흔들리면
금세 따뜻해지는 눈
곁을 주고 싶다는 말
마음이 가 닿았다는 말
잠깐 내 한 팔을 내주고 싶다는 말
나의 곁, 하고 입술을 달싹이자
내 마음이 따라 휘어청
까치집 곁에 달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