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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 ISBN : 9791197237287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01-2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_이상윤
2021년 1월 1일 ~ 12월 31일
해설_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권의 책이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양경언
해설_산재사고 전후의 장면들 속에서
박희정
출처
리뷰
책속에서
저희가 책의 제목을 숫자로만 나타내고자 할 때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1년간의 산재사망자 수(2,146명), 사고사망자 및 과로사망자 수(529명)를 내세우는 것은 산재보험으로 인정된 사망자 수만 집계하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현행 산업재해 통계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들’ 즉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화물차주, 자영업자 등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특히 근래 들어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플랫폼 노동자들, 근 25년간 한국의 중소 제조업종과 농어촌 산업을 지탱해온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가장 쉽게 노출됨에도 그 숫자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집계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라도 노동자들의 죽음의 숫자를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우리 사회의 산재사망자 숫자가 ‘1년에 2,100명, 하루에 5~6명’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그리고 그 숫자가 지난 20여 년간 크게 변치 않았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야만 한국사회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다뤄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을 이처럼 높일 때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들을 숫자로만 기록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동시에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돌아보며 그들이 죽음 직전까지 살아왔던 삶을 구체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은 지금으로선 너무나 요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를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그들의 부고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그들이 곧 우리’라는 점을 잊지 않는 데서 그 복원은 서서히 시작될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은 대부분 신문과 방송의 단신(短信)에서 왔다. 육하원칙에 따른 간결하고 건조한 글들은 모두 누군가의 죽음을 알린다. 그렇다면 이것은 부고(訃告)인가?
단신으로 연결된 우리는 죽은 이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그들의 죽음은 한 세계의 파열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 아니라 ‘통각’으로 인식된다. 아찔한 19층 아래로 떨어져 부서지는, 육중한 유압 프레스기에 짓눌리는, 날카로운 이를 가진 파쇄기에 찢겨나가는, 고압 전류나 화기에 타버리는 몸의, 고통. 그의 얼굴을 모르더라도 우리는 즉각적으로 그 고통을 상상하며 몸을 떤다. 그의 몸과 우리의 몸이 다르지 않아서다. 그러나 이 통증은 곧 무뎌지고 만다.
어떤 이는 매일 스쳐가는 단신 속의 그 텅 빈 곳에 눈길을 던진다. 이 글이 부고가 되지 않음에서 이 세계의 부정의를 인식한다. 그리하여 죽음의 단신들을 ‘잇는다’. 이 죽음들을 이을 때, 삶이 텅 빈 자리는 더욱 견딜 수 없어진다. 문장들 사이 침묵한 삶이 하나둘씩 소리로 바뀌고 마침내 수백의 아우성이 된다. 얼굴 없는 목소리들이 외친다.
“이것은 부고다!”
“왜 나의 죽음은 애도되지 못하는가!”